“간단하게 말하면 말이 좀 통합디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2박3일 간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하는 길에 도라산 남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가진 귀국보고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분위기를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첫 회담을 마치고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 사고방식의 차이가 엄청나고 너무 벽이 두터워서 무엇 한가지라도 합의할 수 있을지 눈 앞이 캄캄한 느낌이었다”면서 “회담을 많이 했던 분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렇게 군기를 잡고, 기세싸움을 한 것이지 꼭 안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고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기대를 걸고 (김 위원장을) 만났다. 오전(회담)에는 힘들었는데 오후 가니까 잘 풀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쉽게 말하면 핵 폐기는 하는데 6자회담에서 우리가 같이 풀기로 했다”면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명백한 의지를 밝힌 것인 만큼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회담 도중 김 위원장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회담장에 들어오게 해서 (6자회담) 10ㆍ3합의 경과를 설명토록 했다”면서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종전선언과 관련,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며 “이것을 성사시키도록 남측이 한번 노력을 해보라고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북미 북일 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제가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매우 경청을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공동선언에서 가장 진전된 합의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제안하자 김 위원장은 국방위 참모들과 상의한 후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10ㆍ4정상선언에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북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부담스럽고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며 “경협은 양측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고 남측도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해서 얘기했고, 김 위원장은 그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번에 합의한) 특구 수가 많지 않지만, 이점(특구 조성)에 북한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특구를 한꺼번에 많이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납북자ㆍ군군포로 문제가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납북자 문제 등은 양측 입장 차이로 기대만큼의 성과 거두지 못했다”며 “이번에 해결하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과 관련,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요청했지만 우선 김 위원장은 김영남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의 방문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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