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안녕 말하지 마요. 짧은 문자로 안녕 보게(하지)도 마요. 제발 일요일. 그날 말해요. 텔미 온 어 선데이.”
20여 개의 무빙 라이트가 바삐 움직이며 꽃으로 뒤덮인 벤치에 앉은 노처녀 데니스(바다)를 비춘다. 화사한 조명 빛으로 구현된 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이별의 순간까지도 낭만을 꿈꾸는 여성의 심리를 담은 노래가 울려 퍼진다.
뮤지컬 <텔미 온 어 선데이> 의 주제를 담은 이 장면은 예전의 연강홀이었다면 보기 어려운 연출이었다. 두산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꿔 새로 개관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40대의 무빙 라이트를 갖추고 620석의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극장의 조명과 음향이 강화됐고 다양한 무대 디자인도 가능해졌다.
여성화장실 양변기를 남성용보다 1.5배 많은 52개나 갖춘 두산아트센터의 특징과 맞물려 연강홀 개관작 <텔미 온 어 선데이> 는 철저히 20~30대 여성을 겨냥한 듯하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모노뮤지컬(1인극)로 사랑에 실패하고 뉴욕에 간 런던 여성 데니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자아를 발견하는 내용이다.
노래로만 이뤄진 1인극이어서인지 가수 바다가 장식한 첫 무대는 꽤 자연스러웠다. 2003년 <페퍼민트> 이후 4년 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그는 연기도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11월 18일까지 바다, 김선영, 정선아가 번갈아 출연하며 연출자 이지나씨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우정 출연한 김태한, 이경미, 정성화, 조정석 등의 목소리 연기도 잔재미를 준다.
연강홀의 변신과 <텔미 온 어 선데이의 만남> 에서 보듯 기술이 뒷받침되면 더 큰 상상력이 구현된다. 뮤지컬 전용극장 개관이 잇달아 계획돼 있는 만큼 기술 여건상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제작자들의 숙제가 늘어난 셈이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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