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국보급 안무가로 불리는 오하드 나하린이 이끄는 바체바 무용단은 연습할 때 거울을 사용하지 않는다. 거울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제한한다는 나하린의 생각 때문이다. “거울을 보고 춤을 추면 그렇지 않았을 때 나아갈 수 있는 곳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춤을 추는 즐거움은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과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에서 스타 무용수로 활약하다 1990년부터 바체바 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은 나하린은 움직임 자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리옹 오페라 발레단, 쿨베리 발레단 등 세계적 무용 단체들이 그에게 작품을 위촉했고, 이스라엘은 현대무용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2002년 바체바 무용단을 이끌고 처음 한국에 찾아온 나하린은 <데카당스> 를 선보여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이 그의 작품 <마이너스7> 을 공연하기도 했다. 마이너스7> 데카당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담하고 강렬한 그의 작품 세계는 20여년 전 겪었던 부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척추 연골이 부서져 한 쪽 다리가 마비됐던 나하린은 손상되지 않은 부위의 근육을 찾아내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신체 언어 ‘가가(Gaga)’로 발전시켰다.
24, 25일 LG아트센터에서 바체바 무용단이 공연하는 나하린의 2005년작 < Three > 역시 그가 발전시켜온 움직임의 미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라틴어 제목을 단 세 개의 소품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무대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에 흐르는 아름다움을 표현한 < Bellus(Beauty) >를 비롯해 여성 무용수들만의 무대인 < Humus(Earth) >, 다채로운 음악과 무용수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 Secus(This&Not this) >가 이어진다. (02) 2005-0114 골드베르크>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