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4일 국내 정상급 대북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초빙, 10ㆍ4 남북정상선언의 의미와 성과 등을 진단하는 긴급 대담을 가졌다.
● 대담 = 양무진 경남대 교수·김용현 동국대 교수
양무진= 이번 남북정상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있어 남북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인 데 이번 선언의 의의가 있다.
김용현= 그동안 남북관계가 교류협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평화번영의 코드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한 회담이다. 평화번영과 경제공동체가 결합된 형식으로 남북관계가 가는 시점이 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양= 이번 정상회담은 2박3일간의 짧은 만남 치고 평균작의 성과는 나왔다. 남측에선 평화 번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북측은 서해안 북방한계선(NNL)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
김= 실무적 회담이었다. 1차 회담에서 화려하고 추상적인 것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담았다. 남과 북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을 만들어 냈다고 하는 점에서 평년작 보다는 위인 우수와 평년작의 중간쯤이다. 남북이 평화와 경협을 결합시켜 냈다.
"민족문제선 평년작 이상 성과불구 한반도 비핵화 의지 천명 없어 국제사회선 평가절하 될 수도"
양= 평년작 평가를 내린 것은 한반도 문제는 민족문제이면서 국제적 문제인데, 민족문제라는 면에선 평년작 이상이지만 국제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김= 국제문제는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제인데 그 사안들은 6자회담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국제적 사안은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가 되면 되고, 지금은 평화와 민족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양= 현재 이슈의 초점이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인데 이에 대한 의지천명은 거의 없어 아쉽다.
김= 전적으로 동의한다. 8개항 합의문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사항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에 의해 나왔다는 것이다. 대단히 큰 의미다. 긴장완화 없는 교류협력은 사상누각이다. 이제 남북 교류는 평화 문제가 같이 가야 한다. 2000년 정상회담에선 평화문제가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들어 감으로써 남북관계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양= 내가 보기에도 합의문 중 종전선언 등을 언급한 3,4항이 가장 의미가 있다. 남북정상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국방장관 회담을 이끌어 냈다. 종전선언을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종전선언과 관련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에 들어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관련국 별도 포럼 구성’이라는 합의를 먼저 존중했어야 한다. 이걸 먼저 구성해 종전선언을 논의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것이 순서다.
김= 6자회담 틀 내의 포럼은 수준이 높지 않다. 실무적 차원이다. 종전선언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미 얘기를 꺼낸 상황이다. 평화체제 논의는 최고지도자급에서 통 큰 차원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
양= 종전선언 문제는 전쟁종결에 대한 미 의회의 합동 의결이 나와야 하고 6자회담과도 관계 돼 있다. 특히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3자, 4자 정상회담 얘기가 나온다면 미국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또 4자로 하지 않고 ‘3자 또는 4자’라고 했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3자는 북측의 입장에서 본다면 군사회담 차원에서의 3자다. 북측 입장에선 북미간 군사문제를 해결하고 큰 틀의 평화협정에서 남측은 옵저버 정도의 의미다. 즉 북미간에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미다.
"평화협정 '3자 또는' 문구는 北의 美와 직접협상 의지인 듯… 中배제한다면 불안정 요인으로"
김= 북핵을 폐기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전상태를 말끔히 정리하자는 것이 종전선언이다. 3자 또는 4자라고 한 것은 우리 정부에 미스(실수)가 있는 것 같다. 4자로 딱 못을 박아야 했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자이고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데 아주 중요하다. 중국이 ‘3자 또는’ 이라고 하면 오해할 수 있다.
양= 앞으로 평화협정으로 나아 가는데 4자라고 해야 한다. ‘3자 또는’이라고 하는 것은 논란 거리가 많을 것이다.
김= 북측 입장에서 중국을 빼려고 하는 것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남ㆍ북ㆍ미라는 실질적, 현재적 당사자 중심으로 가자는 것이다. 남측은 정전협정 당사자는 아니지만 현실적 당사자다.
양= 북측은 평화협정 측면에서는 굳이 중국이 낄 필요 있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김= 중국이 배제된 평화협정은 우리 입장에서도 불안정할 수 있다. 동북아 역학 관계를 볼 때 중국이 빠졌을 때 발생하는 불안정 요인 없애는데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양= 북핵문제 관련 언급이 너무 단순하게 나와 있다. 비핵화 문제가 전혀 언급이 없어 우려스럽다. 남측이 설득 못 시킨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이번 선언을 남북한만의 선언이지 국제사회와 관계없다고 평가절하 할 수 있다.
김= 북측 입장에서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남쪽과 어떤 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북측은 이 부분은 철저히 6자회담 사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 3일 6자회담에서 진일보한 합의가 나왔는데 굳이 부담스러운 부분을 북측이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비핵화 또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촉진시키는 부분들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들어 갔으면 하는 점이 못내 아쉽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북핵 해결에 기여하는 회담’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북측을 설득 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샌드위치에 빠질 수 있다.
양= 경제분야에선 우리 정부의 컨셉트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인데, 이 측면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점이 엿보인다.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합의는 평가를 하고 싶다. 다만 선후는 모르겠다. 북측은 서해 NLL 문제가 해결 된 다음 남포ㆍ해주를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동시 병행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경의선 문제도 앞으로 유라시아로 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신의주까지 철로 보수와 현대화 문제가 생긴다. 이는 재원이 들어갈 부분인데 우리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 것인지 봐야 한다.
김= 평화와 경협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실험 또는 창출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남과 북 모두 이득이 되는 그런 방향의 결과물이다.
양= 합의문에는 통일 방안이나 통일 문제에 대한 표현이 거의 없다. 회담에서 남측이 강조하는 평화 번영의 뜻을 수용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김 위원장이 북측 인민들에게 통일문제가 없는 정상선언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다만 북측이 통일문제가 없는 평화와 경협을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실리를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통일방안은 주요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처음부터 예상됐다. 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에 대한 해결방안 없이 통일과 관련된 진전된 방안이 별 의미가 없다.
"정상회담 정례화, 실행력 약해… 총리·국방장관 회담은 의미 선언 이행위한 국내외 지지 중요"
양= 정상회담 정례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문제가 선언문에서 번외로 돼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번외는 실행력이 약하다. 실제 1차 정상회담 때도 이 문제는 번외였고 답방도 안 이뤄졌다. 수시로 만난다는 표현도 정상회담의 품위 있는 문구가 아니다. 또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언급하는 문구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상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해 총리 회담이라는 높은 단계 회담을 끄집어 낸 것은 이행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국방장관 회담도 군사적 신뢰조치 차원에서 의미 있고 평가 해 줘야 한다
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끝나 가는 정권과 정상회담 정례화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았을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 얘기를 꺼내는 자체가 좀 어려운 부분이었고 서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이다.
양= 임기 2~3개월 남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식으로 남북관계를 접근했다면 남북관계 발전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6ㆍ15 공동선언 이후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상시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관계는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선택과 집중의 문제로 본다. 노 대통령이 임기 초반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안됐을 것이다. 합의문을 보면 자기 정권에서 책임 지지 못하는 것은 추상적으로 표현됐다. 남측은 이번에 평화와 경제의 결합에 포인트를 맞추었다.
양= 마지막으로 전체적 평가를 한다면 이번 정상 선언이 이행만 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그러나 이행을 위해선 추동력이 필요한데 국내적 지지와 국제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 당국과 우리 국민이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이번 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속도와 남북관계 진전 속도를 병행시켜 갈 수 있는 그런 전환점이 됐다. 탈냉전적 한반도라는 말은 많았지만 실체?없었는데 이번에 실천적 실체를 꺼내 놓았다. 문제는 실천인데 차기 정부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지 이번 정상 선언을 비껴 갈 수는 없다고 본다. 차기 정부가 끌고 가는데 있어서 국민적 지지기반이 대단히 중요한 만큼 남측 내의 갈등적 요소를 추스리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