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12년 역사를 마감한다.
현대는 5일 홈 구장인 수원구장서 벌어지는 한화전을 끝으로 간판을 내리게 됐다. 아직까지 현대를 인수할 기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대 유니콘스’라는 공식 명칭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올 초부터 현대 매각을 추진해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부터는 무조건 다른 간판을 달게 될 것”이라며 STX그룹, 농협 등과 적극적으로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STX든, 농협이든, 아니면 제3의 기업이든 더 이상 프로야구에서 ‘현대’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현대의 12년 역사는 영욕의 점철이었다. 95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프로야구판을 평정했다. 이에 앞서 94년 11월28일 실업팀 현대 피닉스를 창단한 현대는 문동환(한화) 조경환(KIA) 임선동(현대) 박재홍(SK)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휩쓸어 ‘공룡 군단’을 만들었다.
피닉스로 아마를 평정한 현대는 95년 8월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 진입에 성공했다. 현대는 주당 37만5,000원에 태평양 야구단 주식 12만 주를 사들였다. 순수 몸값만 450억원이었다.
창단 3년 만인 98년 첫 패권을 차지한 현대는 2000, 2003, 2004년까지 총 4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특히 2000년에는 정규시즌 91승이라는 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계 라이벌’ 삼성을 누르고 야구판을 휘젓던 현대호에 이상조짐이 생긴 것은 2000년부터. 당시 현대는 연고지였던 인천ㆍ경기ㆍ강원을 신생팀 SK에 넘기고 서울 입성을 선언했다.
현대는 서울로 옮기는 조건으로 SK로부터 받은 54억원을 LG와 두산에 각각 27억원씩 나눠 주기로 했다. 그러나 2001년 대주주 하이닉스 반도체가 구조조정 등으로 경영난을 겪자 이 돈을 구단 운영자금으로 써버렸다.
이때부터 현대는 ‘무연고 구단’으로 전락한 채 임시 거처인 수원서 어정쩡하게 머물렀다. 한편으로는 SK로부터 “54억원을 돌려주든지, 수원을 떠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더욱 운영이 어려워진 현대는 '사촌'인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매년 70억~80억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간신히 야구단을 꾸려왔다.
하지만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정 회장 사망 이후 거의 지원을 하지 않아 현대는 심정수 박진만 등 주축 자유계약선수(FA) 선수의 보상금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했다. 그룹에서 분리된 하이닉스 반도체는 7년째 2군 훈련장인 원당구장을 제공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단돈 10원도 지원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올해 들어서는 그 동안 연간 70억원 이상을 댔던 현대차마저 경영난을 이유로 지원을 끊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지원만으로는 도저히 야구단을 꾸려나갈 수 없었던 현대는 KBO의 보증으로 농협에서 돈을 빌려 운영비를 충당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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