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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사장, 통합 신한카드 첫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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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사장, 통합 신한카드 첫날 밤에…

입력
2007.10.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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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그는 술자리를 다섯 군데나 돌았다. ‘주량은 소주 1병’이라고 밝힌 것은 대외적인 공식 자료일 뿐 사실 그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 날 만큼은 서울 종로와 명동 일대에 흩어진 술집 5곳을 찾아 맥주 500㏄와 300㏄를 8잔 가까이 마셨다. 웬만한 주당도 취기가 오를 3,000㏄ 가까이를 기분 좋게 마신 이유가 뭘까.

이 날 그는 혼주(婚主)였다. 일반적인 혼사가 아니라 신한카드와 LG카드가 통합해 새 출발을 대외만방에 알린 첫날이었다. 그간 혼주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재우(사진) 통합 신한카드 1대 사장은 하객 대신 직원들을 만났다.

그는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선 두 카드사간 화학적 결합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번 통합이 직원 353명의 소수(신한카드)가 2,395명을 거느린 다수(LG카드)를 받는 경우라 불협화음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예상을 깨고 그가 통합 신한카드의 첫 사장이 된 것도 신한지주 임원 시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감성통합’을 주도한 공이 컸다.

이 사장이 술자리에서 만난 직원 1,500여명에게 건넨 것은 ‘화합주’와 덕담이었다. 그는 “통합 첫날 신한지주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증거”라며 “자질이 뛰어난 임직원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한 CEO”라고 말했다.

다짐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3년 동안 투명한 경영을 펼치고 정성을 다해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선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멋진 기업을 만들려면 건강관리를 잘 하시라”고 강조했다. 그의 건배사도 “뉴 신한카드의 발전과 직원들의 건강을 위하여”였다.

일회성 행사가 시스템과 환경이 달랐던 두 카드사의 감성통합을 단번에 보장하진 않겠지만 이 사장의 첫 공식 나들이가 양쪽 직원들의 마음을 녹이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장점은 비단 통합 마인드뿐만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은 라응찬(선린상고) 회장을 비롯해 상고 출신 임원이 많아 ‘상고 사단’으로 불리는데, 이 사장은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더불어 군산상고를 나왔다.

그는 19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입사해 지점장, 개인고객부장, 신한지주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신한의 카드사업부문 초대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카드와 LG카드의 통합작업도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그는 취임식장에서 “신한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세계 일류 카드사로 순항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선언했다.

감성통합을 이루더라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1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전산통합, 중복고객(약 260만명) 처리, LG 프리미엄 극복 등. “카드업을 둘러싼 주위환경이나 경쟁사의 움직임 등 여러 면을 볼 때 안심할 단계가 아닙니다. 긴장을 풀지 맙시다. 저를 믿고 따라와 주세요" 그와 직원들은 함께 술잔을 비웠다.

고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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