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볼튼 “남북한만으로는 종전추진 안될 것”김 위원장 압제 지속에만 도움…北주민 고통 끝낼 의지 안보여
예상했던 대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간 경제협력 확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특별한 성과를 찾아볼 수 없다. 3국 또는 4국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여기에 어떠한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전선언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남북한의 합의만으로 성사되기는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종전선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점도 문제다.
이 같은 합의는 회담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전도구로 활용됐음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정치적 이유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남북간 경제협력과 관련 솔직히 얘기하면 북한의 독재정권이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남한이 북한을 계속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국민들이 실제로 그런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북한 정권이 주민에 대한 압제를 계속하도록 자원을 대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목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진정한 통일을 이뤄 북한 주민의 고통이 끝나도록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 빅터 차 “남북 정상 수시만남 약속 긍정적”核논의 너무 짧아 6者에 도움 못돼…무조건적 경제협력·지원은 지양해야
남북한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기로 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직접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모든 사람이 예상했던 대로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한간 경제협력의 획기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비해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9ㆍ19 공동성명 등이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짤막한 언급에 그쳤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내년까지 모두 폐기한다는 6자회담의 목표에 대해 양 정상이 보다 진지하고 내실있는 대화를 갖기를 희망했다.
공개되지 않은 양 정상의 대화가 그런 논의를 하는 수준까지 갔다면 이번 회담은 매우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에 합의된 문안만을 놓고 보면 그러한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상당히 불투명하고 회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간 정상회담을 거론한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 대목이다. 회담이 6자회담의 진전에 도움이 될지는 향후 전개되는 상황을 상당기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남북간 경제협력은 6자회담에서 북한이 좋은 행동을 했을 때 그와 병행해서 추진한다는 것이었는데 앞으로도 그런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남북 경제협력이나 북한에 대한 지원이 무조건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 스인홍 “평화 분위기 확립 적잖은 성과로”경협확대 합의·남측 대선에 영향력…표정 바꾼 김 위원장이 더 큰 실익
남북 정상은 평화 분위기를 굳건히 하고 긴장 분위기를 완화시켰으며 평화체제 구축에 일정한 조건을 마련했다. 평화에 강조점을 두었던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의도한 것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본다.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이를 위한 국방장관 회담, 경제특구 건설 등은 긴장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상간 수시 회동도 적지 않은 성과이다. 하지만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4자 정상회담의 개최 합의는 시간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북 핵 문제에서는 예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결론이 나왔다. 남북 정상이 6자회담 합의 사항을 존중 이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최근 나온 북 핵 불능화 합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6자회담 내 북한의 이니셔티브도 강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회담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때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던 김 위원장은 남북간 긴장을 줄여 경제적 실익을 보겠다는 의도가 강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남북경협 확대 등의 합의로 상당한 실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한국 국내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회담 내내 긴장한 노 대통령과 여유로운 모습의 김 위원장의 모습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여러 한계와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 차기 한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노 대통령 임기 말에 진행됐고 북한 핵 문제의 그늘도 짙었다.
2000년 정상회담이 남북한 관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다자 관계와 한국 국내 변수 등이 더 짙게 투영됐다. 그래서 합의의 이행 및 지속성, 합의와 북 ?문제 해결 속도와의 조화 등은 숙제로 남게 됐다.
■ 이즈미 하지메 “北, 종전문제서 中제외 의도 보여”통일에 대한 현실적 접근은 긍정적…군사 합의가 서해에만 집중 아쉬워
선언문에 대한 첫 인상은 통일에 대한 양측의 태도가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남북이 서로 통일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북한의 주도로 작성된 선언문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선언의 전반적인 내용과 기조가 그동안 북한이 중시해 온 6ㆍ15 공동선언의 부속 문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군사 분야에서 합의가 나온 것은 잘 됐다고 본다. 2000년도에는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만 집중했고, 군비통제나 군사훈련, 군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 걸린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했다'는 대목은 미국의 군사적 제재를 의식한 것으로, 북한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부분이다. 여기서 '3자'라는 표현은 중국을 제외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평화체제구축 문제도 논의하는 6자회담에서 4자가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여기서 중국을 제외한다는 것이니까 중국이 화를 낼 수 있다. "중국을 빼고 우리끼리 하자"는 북한의 주장에 한국이 "그럽시다"하고 합의해 준 셈이다.
이번 선언은 표면적으로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전환됐다는 인상이 강하므로, 한국 국내적으로는 잘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70~80% 정도의 지지는 나오지 않겠는가.
이 같은 평화분위기를 활용해 여당의 후보가 징병제 단축 등의 공약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번 선언은 이런 공약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근거, 혹은 정당성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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