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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빛의 유혹에 영혼을 던진 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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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빛의 유혹에 영혼을 던진 렘브란트

입력
2007.10.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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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가 1669년 10월 4일 63세로 사망했다. 렘브란트는 1632년 암스테르담 의사조합으로부터 위촉받은 저 유명한 그림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가 호평받은 것을 계기로 암스테르담에 정착해 생을 보냈다. 그의 사망 소식에 그곳 사람들은 " '유럽의 왕관'인 암스테르담의 역사도 돛이 부러진 범선처럼 침몰했다"고 말했다 한다.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훔친 화가'라 불린다. 회화사에서 렘브란트만큼 명암에 천착한 이도 드물다. 그는 인간성과 신성 혹은 순간과 영원의 관계를 빛과 어둠의 대비로 포착하려 했다. 종교화를 그릴 때도 렘브란트는 그 모델을 암스테르담의 시정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에게서 드러나는 밝음과 어둠에서 구했다.

고요한 빛에 침잠해 감정의 어떤 상태에 빠져있는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그의 그림의 주제였다. 그렇게 렘브란트가 창조한 명암은 대상에 대한 다른 구구한 묘사 없이도 보는 사람과 그림 사이에 깊은 대화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

렘브란트의 빛과 어둠은 자신의 생의 명암, 스스로의 불안과 고뇌의 반영이기도 했다. 초상화가로 부를 쌓고 사랑도 얻었지만 그는 첫번째, 두번째 부인과 자식을 먼저 보내고 파산한 상태로 임종하는 이도 없이 죽음을 맞았다.

렘브란트는 또한 자화상의 화가다. 생애를 통틀어 그가 그린 자화상은 무려 100여 점에 달하는데, 노년에 그린 자화상들이야말로 렘브란트의 진정한 걸작들이다.

1660년 작 <이젤 앞에서의 자화상> 을 보자. 주름지고 그늘진 얼굴의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는 노인, 그림을 보는 이를 무표정하게 마주하고 있는 그의 눈. "내 이미 인간사의 비참과 무상을 남김없이 들여다봤다. 하지만 애써 그것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듯 다물고 있는 입가에 흐릿하게 밴 미소. 렘브란트가 평생 그린 것은 그 자신이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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