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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끝없는 반미?… 이번엔 "시간대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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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끝없는 반미?… 이번엔 "시간대 바꿔"

입력
2007.10.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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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정부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지시로 30분 늦춘 새로운 시간대(time zone)를 이달 말부터 시행한다.

현재 미국 동부지역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베네수엘라는 이로써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기간 중에는 미국 동부지역보다 시간이 30분 늦고, 그 외 표준시간 기간에는 30분 빨라진다.

베네수엘라는 국토가 두개의 시간대에 걸쳐있을 만큼 넓어 행정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시간대를 하나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차베스 대통령의 이번 지시도 시간대를 중간 30분에 맞추는 단일시간대를 채택함으로써 서머타임이나 표준시간 구별 없이 일년 내내 변함없이 일정한 시간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TV 연설에서 “이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려고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어린이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생물학적 시계에 맞춰 더 많은 태양빛을 즐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대 변경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늦게까지 잠을 충분히 잘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통령이 국민의 생활리듬까지 뒤흔드는 것에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미국의 ‘제국주의 시간대’에서 무조건 탈피하겠다는 고집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정치적 동기를 제기하기도 한다. 시간대가 늦어지면서 해가 이전보다 일찍 떨어져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시간대 변경이 현실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국민이 이를 선뜻 반기지 않는 것은 차베스 정권에 대한 일종의 ‘개혁 피로증’ 때문이다. 절대권력을 앞세워 무조건 모든 것을 바꾸려 드는 정부 정책이 반감을 사는 것이다. 이미 국기(國旗)와 국가(國歌)가 바뀌었고, 나라 이름도 남미의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변경했다.

내년 1월1일부터는 현재 화폐를 1,000분의 1로 대폭 낮춘 ‘누에보 볼리바르’라는 새 화폐가 통용된다. 현재 달러당 2,150 볼리바르로 고정돼 있는 환율을 대폭 낮춰 내년부터는 2, 5, 10, 20, 50, 100 볼리바르 등 6종류의 화폐가 새로 발행된다. 1,000대1 정도의 과격한 화폐단위 절하는 물가가 수천%를 넘나드는 특별한 경우에 실시되는 충격요법인데, 베네수엘라의 인플레는 지난해 14.4%였다.

역내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였지만 이처럼 고강도 처방을 할 정도는 아니어서 화폐개혁 역시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감안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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