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가 새로운 해결단계로 진입하는 큰 걸음을 내딛었지만, 이번 핵 신고ㆍ불능화 합의는 불완전하거나 모호한 구석이 없지 않다. 성실한 이행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과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합의문 내용으로 볼 때 핵심 쟁점인 불능화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 그룹들이 권고하는 구체 조치들은 모든 당사국들이 수용가능하고, 검증가능하며 국제기준에 부합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석 대표들에 의해 채택될 것이라고 미래형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이는 북측이 제시한 불능화 수준이 다른 6자 당사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추가 협의가 필요한 데 따른 것이다. 북측은 원상복구가 1년 이내인 수준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1년 6개월 이상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능화를 위해 제거되는 핵심부품의 보관처리도 문제다. 전문가 그룹회의에서 북한 내에서 국제원자력 기구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변화에 따라 북측이 제3자를 추방하고 핵심부품을 재결합시킬 경우 원상복구 기간을 담보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로 표현돼 있지만 이를 검증한다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 제 3자의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고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핵무기 보유현황 등 핵무기 신고를 핵 폐기단계로 미뤘다. 핵 능력이 드러난다는 북측의 반발에 따라 5자 당사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플루토늄 생산량 및 사용내역 신고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의혹 규명은 북미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합의문에 언급이 없는 점도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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