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게 진행되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하루 연장하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어제 노무현 대통령과의 2차 회담 도중 느닷없이 평양에서 하루 더 머물고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수행원들과 검토 끝에 예정대로 서울로 귀환하기로 결정했고, 김 위원장도 다시 본래대로 하자고 말했다 한다.
7년여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주요 의제들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의견 접근 없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의제의 대부분을 정상회담에서 직접 논의해 결론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회담 연장 제안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일정을 늘리는 것은 일반 상식이나 국제 관례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일방적 제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대규모 수해라고는 하지만 정상회담의 원래 일정을 한 달이나 늦추자고 해서 놀라게 했던 북한이다. 2000년 1차 남북정상 때는 회담 바로 전날 하루 연기할 것을 통보해오는 바람에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이번에도 북측은 노 대통령 일행에 대한 공식 환영식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거나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 먼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장에 나온다든지 해서 남측을 무척 당황하게 만들었다.
회담에 남측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배석했는데 북측에서는 남측의 통일부장관에 해당하는 통일전선부장 1인만 배석한 것도 외교 관례에 맞지 않는다.
북한 체제의 특성 상 체계적 시스템보다는 김 위원장 한 사람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일이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약속을 어기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국제 외교관례부터 충실히 따라야 한다. '파격'은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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