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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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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그선

입력
2007.10.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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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초, 구 소련 카스피해 수면 위에서 시속 550㎞의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미국 첩보위성에 포착됐다.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배가 그런 속도로 달리거나 비행기가 그 같은 낮은 고도에서 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때문에 수년 뒤 정체가 확인되기까지 이 물체는 '카스피해의 괴물'로 불렸다.

이른바 '위그(WIGㆍWing In Ground-effect)선'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신비의 대상이었다. 규격과 모양 상 배냐, 항공기냐 하는 분류도 모호해 1990년대 말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으로 규정한 후에야 20년 논쟁이 끝났다.

▦ 위그선은 물 위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초고속 선박기술과 수면에서 뜬 상태로 이동하는 항공기술을 접목해 만든 첨단선박이다. 날개 형태의 구조물 밑에 공기를 가둬 양력을 최대화하는 해면효과에 착안한 이 배의 우리말 이름은 '날아다니는 배'라는 뜻의 익선(翼船).

41년 전의 '괴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위그선은 보잉747에 버금가는 100톤의 화물이나 여객을 싣고 물 위로 1~5m 떠서 시속 300㎞ 안팎으로 달리는 신개념의 차세대 수송수단을 일컫는다. 파도에 약해 연근해나 하천 운항용이라는 게 흠.

▦ 구 소련에서 한때 군사용으로 이 배를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현재 상업성이 있는 위그선을 개발 중인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대열에 최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지난달 말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에서 '대형 위그선 실용화 사업 추진방안'이 확정된 것이다. 2005년 대형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지정됐으나 기술과 경제성 모두 불투명해 지지부진하던 사업에 새 불씨를 지핀 셈이다. 20인승급 소형 위그선을 개발해온 해양연구원이 8월초 시험선인 '해나래-X1'의 성능검증에 성공한 것도 힘이 됐다.

▦ 이달 착수되는 실용화 사업은 정부 845억원, 민간 855억원 등 1,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법인을 설립하고 관련법 및 제도의 정비에 나선다. 민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5년간 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나머지는 과학기술사모투자펀드를 통해 조달하게 된다.

물 위 2m 위에서 시속 120㎞ 달리는 4~5인승 레저용 위그선은 국내서도 이미 개발됐지만, 대형 위그선이 계획대로 개발돼 2012년부터 실용화 단계에 이르면 연간 1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00억원의 부가가치가 기대된다고 한다. 꿈꾸는 자는 그래서 행복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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