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단독ㆍ확대 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 ▦남북 공동번영 ▦화해와 통일 등 세가지 주요 의제에 대한 폭 넓은 의견을 나눴다. 주요 의제별 세부 사안에 들어가서는 두 정상이 쉽게 합의에 이룬 부분도 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논쟁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담을 끝내고 가진 옥류관 오찬에서 "모든 부분에 인식을 같이 하진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남북이 선도해 나간다는 데 공감하고, 이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를 확인하는 평화선언을 할 보인다. 평화선언에는 평화협정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군사적 긴장완화 등 남북이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간다는 선언적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북한이 검증 가능하게 핵을 폐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는 두 정상이 6자 회담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할 수도 있다.
핫이슈는 단연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 노 대통령은 1992년 채택된 기본합의서 내용(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계속 협의한다.
확정될 때까지는 관할 구역을 준수한다)을 재차 확인하고 서해 남북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에 NLL 재설정에 합의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마지막까지 공동선언문 도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다.
이밖에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비무장지대(DMZ) 내 경비초소(GP)의 단계적 철수를 포함한 군비 통제 방안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남북 공동번영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확대 문제는 당초 큰 논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개혁ㆍ개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 부분에 기대했던 것 보다 소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한가지 쉽지 않은 벽을 느끼기도 했다"며 "예를 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오늘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협 사업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특히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개성공단을 아주 만족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북측이 속도의 문제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2개성공단 건설에도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해주 개발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이 남포를 역 제의 했다는 이야기도 회담장 주변에서는 나온다. 또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지원 및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포괄적 군사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공동선언문에는 남북이 상생이 되는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경제권으로 나아간다는 포괄적 수준의 합의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세부 합의 사항은 장관급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후속회담에서 더 상세히 논의되고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화해와 통일
노 대통령은 이날 "화해와 통일에 있어서는 따로 논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의 절반 이상을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에 할애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방제 채택을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논쟁이 없었다는 것은 김 위원장도 "화해협력 증진과 평화정착 없이는 추가적인 통일방안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남측 입장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 납북자ㆍ군군포로 문제 등 인도적 문제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이산가족 상봉확대는 두 정상이 금강산 면회소가 완공되면 상시적 면회가 가능하도록 노력하자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의 경우 북측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말을 꺼내는 조차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쟁이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확인 조치부터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데 동의했다면 이 문제의 획기적 진전도 기대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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