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감독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에는 "난 한 놈만 팬다"는 양아치가 나온다. 배우 유오성씨가 연기한 이 인물은 수십명이 치고 받는 싸움판에서 끝까지 한 놈만 패는 단순무식함으로 공포의 새로운 지경을 보여주었다. 이런 양아치도 무섭지만 만일 사회 전체가 한 놈만 패는 것으로 다른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공포의 진경일 것이다. 주유소>
변양균 신정아씨 사건을 보면 한국 사회가 바로 '한 놈만 패는' 사회이다. 그 사건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수없이 드러났는데도 검찰 수사가 이 사건에 집중한 틈을 타서 다른 분야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집단이 모두 숨어서 제 역할을 방기한다.
● 교육부는 대학 학력위조 밝혀야
'한 놈만 패느라' 소외된 가장 큰 문제는 대학교수의 학력 위조이다. 사건 초기만 해도 학력위조에 초점이 맞춰져서인지 대학 사회의 부정이 심각하게 등장했다. 그런데 변양균씨의 가세로 이 문제는 덮였다.
대한민국에 일하는 정부가 검찰밖에 없는가. 교육부가 나서면 손쉽게 해결될 이 문제에 해당 부서는 손 놓고 있다. 매년 대학교수의 권위를 믿고 조 단위 예산이 대학으로 들어간다. 학력을 위조한 교수는 가르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거니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금을 타내서 제 주머니에 채워넣기도 한다.
이런 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니 수준 상승이란 모두 공염불이다. 교육부는 다른 데 헛힘 쓰지 말고 대학더러 교직원의 학력위조를 확인하라고 지시하고 확인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실무적인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석ㆍ박사 학위가 없으면 교수를 할 수 없는 규정은 개선되어야 하지만 교수들이 정직하지 않은 바탕에서 교육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교육부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검찰도 그렇다. 이 문제가 터지자 학원 강사들의 학력 위조에 채찍을 든 반면 정작 공교육 현장은 손대지 않았다. 도대체 사교육 강사들과 공교육 교수들의 학력위조 가운데 어느 것이 사회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인가. 정부가 공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바로잡지는 않으면서 사교육의 현장에서 설치면 흑막이 있는 양 오해나 사기 십상이다.
두 번째로 대형 건물에 조형작품을 의무화한 법 조항을 이 참에 폐기해야 한다. 이 법규정을 활용해서 아름답지도 않은 조형물이 뇌물을 넘나들며 곳곳에 설치된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문화관광부가 나설 일이다.
연면적 1만㎡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비 1% 이내에서 조형작품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한 문화예술진흥법 규정 자체가 낡은 내용이다. 건축물 자체가 아름다운 조형물이 되는 세상이다.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 조형물을 따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겠는가. 대형 건축물이 아름답도록 심의를 받는 마당에 굳이 사족을 달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다. 건축주와 건축가 스스로 아름다운 건물을 지으려는 추세에 역행하면서 문화를 모독하기까지 하는 이 법조항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 건축 조형물ㆍ종교계 세금도 검토
세 번째 종교계가 세금을 내는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세금은 꼭 받아서 맛이 아니라 세금 부과를 통해 돈의 흐름이 투명하게 잡힌다. 사회 전체가 맑아도 어느 한 구석이 불투명하면 전체를 투명하게 할 수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맑아야 할 종교계가 세금을 내지 않는 바람에 지하경제에 한 몫을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전체 경제규모를 잡을 수 없는데 종교기관이 발행한 기부금은 감세의 근거가 되니까 이것을 활용해서 탈세를 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있다. 종교인들의 씀씀이가 한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또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 잡히지 않는다. 종교계에서 거두는 세금은 종교계에 한정해서 쓰게 한다는 제한규정을 두더라도 세금은 내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은 채 신정아 사건이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된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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