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로 깊은 수렁에 빠진 지 두달 여 만에 2,000고지를 재탈환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2,000고지 안착이냐, 재추락이냐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증시의 2,000시대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넘었을 때 “안착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 것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았던 데다, 주가가 별다른 조정 없이 파죽지세로 올랐기 때문이다.
■ 수성론 - 3분기 실적 호전 전망·저평가 여전
현 시점은 7월과는 다르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10월 예상 주가 전망도 2020~2100수준으로 수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가장 주된 이유는 기업 실적 호전에 있다. 증권정보업체인 엔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60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25.50%, 21.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MSCI기준 우리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ㆍ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은 11.9배로 홍콩(17.82), 중국(15.36), 인도(18.51) 등 아시아 신흥시장보다 낮은 수준이다.
결국 3분기 예상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하더라도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상승여지가 많다는 것.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연말까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부실 위기도 더 이상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매수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은 2일 6,072억원을 사들이면서 5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4개의 해외펀드에도 5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약(弱) 달러가 지속되면서 유동 자금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은 증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신중론 - 단기 급등 부담·IT 경기회복 안돼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종우 교보증권 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신용 위험이 크게 준 것이 반등을 이끌어 냈다”며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과 3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시장 전망이 너무 높은 것은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센터장도 장기 상승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과정이 불가피한 국면”이라며 “주도주인 철강과 조선 종목들이 시장전망보다 과도하게 올랐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경기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어 상승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펀드 투자자들에게도 2,000 재탈환은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서둘러 환매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상승 여지가 많아 섣불리 환매했다가 ‘괜히 팔았다’며 한탄할 수도 있다.
신규 가입 희망자는 뒤늦게라도 펀드에 들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이에 대해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현재와 같은 증시 급등 속도와 폭을 감안하면 과매수 국면”이라며 “지금은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보다는 매달 조금씩 불입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기존 가입자라면 한번에 환매하기 보다는 분할해 현금화해야 한다”며 “신규 가입은 시장 전망이 비관적일 때가 가장 적기”라며 당분간 관망할 것을 주문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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