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거침 없는 화법과 예측 불허의 즉흥성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의 '토론 궁합'에 관심이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3일 오전 정상회담 직후 평양 옥류관에서 우리측 기자단, 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논쟁은 따로 없었다"면서도 "한 가지 솔직하게 말하면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예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두 정상은 상대 말을 듣기보다 자신이 주장을 설득시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초반 '기 싸움'이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오전 탐색전이 끝난 뒤엔 두 정상이 시원시원하고 통 큰 스타일을 유감 없이 발휘, 회담이 군더더기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 정상은 오후 회담에 대해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다"(노 대통령), "대화를 충분히 나누었으니 회담 일정 연장을 안 해도 되겠다"(김 위원장)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노 대통령은 평소 직설적 화법대로 처음부터 '핵심'을 파고들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대화 주도권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이 '회담 하루 연장'이라는 깜짝 카드를 내놓았을 땐 승부사적 기질이 어김 없이 드러났다. 그는 또 "내가 환자도 아니고 집에 뻗치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돌출 발언으로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2000년 '은둔자'라는 세간에 평을 빗대 "구라파 사람들은 나보고 은둔 생활을 한다는데 김 대통령이 오셔서 해방됐다"고 할 때와 같은, 허를 찌르는 화법이다. 언론에 일부 공개된 회담 인사말 부분에서 노 대통령은 특유의 입담을 자제하고 대화를 부드럽게 끌어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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