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2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외제차 신났다’는 조금은 냉소적인 기사를 타전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역사적인 여정에 남측 주요 일행이 현대차가 아닌 외국산 승용차를 이용한 것을 비꼰 내용이다.
이 기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산 메르세데스-벤츠의 방탄차를, 다수의 경호원들은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타고 방북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벤츠를 타고 노 대통령을 마중 나왔으며, 벤츠 컨버터블과 GM의 낡은 캐딜락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남북 인사들이 이처럼 국산차가 아닌 유명 외제차를 선호한 까닭은 방탄기능을 갖춰 경호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타고 간 ‘벤츠 S600 가드’만 해도 80년간 특수보호차량을 만든 벤츠의 경험이 집약돼 군사공격에도 최고의 저항력을 갖도록 설계됐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방탄차를 만들 능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시판 예정인 제네시스를 비롯 프리미엄급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어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방탄차를 만들려면 만들 수는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의 기술을 동원하면 현대차의 에쿠스를 방탄차로 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2만개 이상 부품으로 조립되는 에쿠스를 개조하려면 설계를 다시 하고 부품의 50%를 바꾸어야 한다. 기존 철판보다 강도를 높인 방탄판을 새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무거워진 철판 중량을 버티기 위해 나사 하나까지 교체해야 한다. 4,700개 부품업체들도 이에 맞춰 부품을 새로 만들어 납품해야 하는데 이런 개조비용은 수천억원이 드는 신차 개발 비용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엄청난 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방탄차 수요가 높다면 개조비용을 상쇄하겠지만, 시장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의 방탄차 시장은 납치,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중남미와 중동지역을 제외하면 의전용 차량이 대부분이고, 수요도 연간 1만대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방탄차 시장은 신규로 진출할 시장이 아니다”면서 “현재는 개발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외국의 정상들이 대부분 자국산 차량을 타고 있다”면서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다음번 남북 정상회담 때는 국산차를 타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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