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작가 송기숙(72)씨가 청소년을 위한 옛이야기 모음집 <중학생을 위한 우리 옛이야기> (창비 발행)를 냈다. 모두 6권으로 53편의 민담ㆍ설화를 모았다.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은 <이야기 동학농민전쟁> (1992) 이후 15년 만이다. 이야기> 중학생을>
그가 재가공한 민담은 ‘아전들 골탕먹인 나졸 최환락’ ‘거짓말 잘하는 사윗감 구함’ 같이 탐욕스러운 지방관과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蓄財)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 등 민중적이고 현실비판적인 것이 대다수다.
그는 “우리 민담이 2만~3만개나 돼 소재가 풍부하긴 하지만 집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민담의 80~90% 정도가 성(性)을 소재로 하고 있고 옮기기 거북한 상소리, 비속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문장을 가공하거나 생략하면 문학성이 손상되고, 그것을 살리면 어린이ㆍ청소년들이 보기에 곤란해지곤 했다”며 “문장이 잘 가다듬어 지지 않을 때 민중의 지혜가 축약된 속담 한 편을 끼워 놓으면 신기하게도 문제가 해결됐다”고 털어놓았다.
집필기간은 1년 정도 걸렸지만, 이 작업은 20년도 더 된 숙제를 해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조선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대 중반 조동일, 지춘상 등 동료 학자들과 남도 섬 지방을 돌며 민담을 채록하려 했으나 아이들이 TV 시청을 선호해 노인들의 민담 재연과 전승이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기층문화가 소멸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그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털게 됐다”고 말했다.
“대입 논술 때문에 민담이나 설화에 관심이 커졌지만 시중에 나온 작품 중 줄거리 요약에 치중하고 문학적 형상화를 외면한 것이 많아 안타깝다”는 그는 “소설보다 공들여 쓴 만큼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웃으며 선조들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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