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봄 빅마마(신연아 이지영 이영현 박민혜)의 등장이 가요 팬들의 기억에 장기 저장되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모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그들의 고집 때문이다.
가창력보다 비주얼에 힘을 준 ‘연예인 가수’들에 질렸던 대중의 귀는 힘겹게 등장한 ‘노래 잘하는 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나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음반업계의 불황은 실력 있는 가수라고 봐주지 않았다.
폭발하는 음량에 어울리는 소올과 흑인음악, 그리고 가스펠 혹은 월드뮤직 풍의 빅마마는 생활의 ‘배경음악’만을 바라는 일반적인 가요 팬들에게 외면 당했다. 지난해 발매한 3집은 5만 장에도 못 미치는 판매고를 올렸을 뿐이다.
3일 4집 을 내고 팬들에게 돌아온 빅마마는 변해 있었다. 여느 여자 가수들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는 날씬해진 외모로 기존 빅마마의 음반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벼운 대중적인 곡들을 가지고 왔다.
댄스, 디스코, 미디엄 탬포곡을 비롯해 따라 부르고 싶은 발라드들이 담긴 음반이다. 데뷔 후 4년 동안 굳은살처럼 짓눌러온 빅마마의 고정관념들을 털어버리듯 발랄하기까지 하다. 가벼워진 그들의 몸무게만큼 무게가 쏙 빠진 음악으로 찾아온 빅마마를 서울 합정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대중적으로 변하려고 노력했어요. 목소리도 가볍게 내려고 했죠. 그동안 빅마마의 음악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말이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지만 일단 이를 보완한다는 생각에 수많은 히트곡을 생산한 작곡가 조영수씨와 손을 잡았습니다.” 맏언니 신연아씨의 말처럼 빅마마 4집 앨범은 J-팝을 연상시키는 가벼운 멜로디가 분당 120비트 이상의 박자와 어울린 첫 곡 ‘천국’에서부터 큰 변화가 느껴진다. 빅마마와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수 MC 몽이 피처링에 참여했을 정도다.
신씨는 “빅마마 음악을 계속한다는 고집을 지키기엔 음반시장의 환경이 허락되지 않았죠. 고집을 좀 꺾고 더욱 많은 팬을 만족시키느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무겁게 느껴지던 빅마마의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고 말한다.
빅마마의 변신이 골수 팬에겐 불만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빅마마는 모든 것을 버리지 않았다. 이지영씨는 “음반을 잘 들어보면 시류와 타협하지 않은 것들을 찾을 수 있어요. 먼저 대중적인 창법은 될 수 있도록 피했어요. 더 이상 고인 물로 남지 않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빅마마의 노래 부르는 방식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고 말한다.
각 멤버가 스스로 만든 노래를 솔로로 불러 앨범에 넣는 빅마마의 특징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다만 따라 부를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던 이전의 곡들과 달리 노래방에서 한번쯤 시도해 볼 정도의 발라드로 꾸며졌다는 게 변한 점이라고 할까.
척박한 음반시장을 뚫고 빅마마가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팀원들 간의 끈끈함이다. 이영현, 박민혜씨는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서로 음악 세계를 아주 잘 알죠. 5년 동안 봐왔는데 추석 때 딱 나흘 쉬면서도 보고싶더군요. 항상 붙어 지내지만 여가가 생기면 각자 데이트도 하고 개인생활을 주로 해요.”라며 웃는다.
여러 변신에도 그대로인 것 중 하나가 이들의 의상이다. 사진촬영에 응하면서도 1집 때부터 고집해온 흑백 옷들을 챙겨 입는다. 그래도 혹여 4집 활동 중엔 원색의상으로 춤을 추는 빅마마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신연아씨가 잘라 말한다. “글쎄요. 아직은 다양한 의상을 입을 정도로 몸이 준비가 안 됐는데요. 하하.”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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