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공격적으로 콘텐츠사업을 강화,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휴대폰과 연계된 게임 프로그램을 내놓고, 음원(音源) 업체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위치 현황을 알려줄 수 있는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업체까지 손에 넣었다.
노키아는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인 내브텍사를 81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디지털 지도 제조업체인 내브텍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출이 5배 증가했고, 주가도 2004년 8월 이후 3배나 뛴 유망 기업이다. 특히 내브텍의 지도들은 차량의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인터넷 지도 사이트, 개인 내비게이션 장치에 이어 최근에는 휴대 전화에도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키아의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최고경영자(CEO)는 "내브텍 인수로 노키아는 인터넷 서비스에 지리적 정보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키아는 7월에는 모바일 단말기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음악 및 영상 공유 파일 서비스업체인 트완고(Twango) 인수했다.
이어 8월에는 인터넷 서비스인'오비'(Oviㆍ핀란드어로 Door를 뜻함)를 발표했다. 오비를 통해 음악을 다운받을 수 있는 '노키아 뮤직스토어', 게임 서비스인'N-게이지', 내비게이션 및 지도서비스인 '노키아 맵스'에 휴대전화로 접속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게임-음악-지도 등의 콘텐츠를 패키지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 하드웨어 하나로'노키아 따라잡기'에 나선 삼성전자로서는 버거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모토로라를 따돌리고 휴대폰 세계 2위 자리에 올랐다.
노키아의 이 같은 행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결합을 통해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선두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단순한 단말기 제조업체를 넘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사실 노키아로서는 신흥 시장을 겨냥한 저가폰 출시로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수익선 다변화와 함께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 변신을 꾀할 필요도 있었다.
경쟁업체들은 노키아의 이 같은 공세가 시장에 어떤 충격파를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은 위성을 통한 위치현황 서비스를 준비하며 노키아에 맞불을 놓을 태세다.
모토로라의 경우 지도 전문 솔루션 업체인'젠트로'(Jentro) 등과 협력, 노키아와 동일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니 에릭슨은 GPS(위성항법장치) 수신이 가능한 액세서리 제품(HGE-100)을 내놓을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중심의 현재 페이스를 당분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1월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는 단말기를 출시한 적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바싼 탓에 재미를 보지 못해 후속 모델도 출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키아의 공격적인 행보가 당장 단말기 제조나 판매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앞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여력이 못되는 업체들은 노키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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