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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盧 "자꾸 오가다보면 이 선도 지워질 것" 금단의 선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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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盧 "자꾸 오가다보면 이 선도 지워질 것" 금단의 선 훌쩍

입력
2007.10.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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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단 헌병대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아 민통선을 지난 대통령 전용차(벤츠 600) 등 방북단 차량 13대가 2일 오전 9시1분 군사분계선(MDL)을 30m 앞둔 남측 관리지역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차에서 내려 배웅 나온 문재인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노 대통령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가 서 있던 곳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비무장지대(DMZ) 155마일을 잇는 금단(禁斷)의 선 바로 턱밑이다.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MDL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던 노 대통령이 방북 인사말을 하기 위해 남쪽을 향해 잠시 돌아섰다.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렌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서 선 심경이 착잡하다."

무겁게 운을 뗀 노 대통령은 "여기 있는 이 선(MDL)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라며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 내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시 뒤로 돌아선 노 대통령 앞에는 30㎝ 폭의 노란색 선이 도로를 가로질러 선명하게 칠해져 있었다. 도로 위엔 원래 MDL을 나타내는 표식이 없었지만 방북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그은 선이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몇 걸음을 뗀 노 대통령 내외가 마침내 MDL을 성큼 넘어섰다. 오전 9시 5분.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상징이자 한반도 분단의 표상인 MDL을 처음으로 걸어서 넘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MDL 너머에서는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북측 인사 4명이 방북단을 맞았다. 노 대통령은 꽃다발을 건넨 북측 여성들에게 먼저 기념촬영을 제의했다. 그는 흥분한 탓인지 영부인 바로 옆에서 북측 여성의 허리를 팔로 두르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연출했다.

노 대통령은 9시9분께 "잘 다녀오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전용차에 올라 북측 경호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평양으로 향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MDL을 도보로 넘는 현장은 CNN 등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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