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은둔의 지도자’ 라는 베일을 벗고 사실상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실체를 선보였었다. 당시 세계 언론은 김 위원장의 용모와 스타일을 ‘건강ㆍ당당ㆍ화려’로 요약했었다.
2일 평양 4ㆍ25문화회관에 나타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에선 7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간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옷차림뿐이었다.
김 위원장은 1차 회담 때와 디자인이 거의 같은 점퍼 스타일의 진한 베이지색 인민복을 입고 나왔다. 작은 키(160㎝)를 의식한 굽 높은 신사화와 안경 알에 옅은 밤색이 도는 금테 안경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외모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정수리 한가운데가 텅 빌 정도로 머리 숱이 적어지고 눈가와 입가, 턱밑엔 선명한 주름들이 생겼다. 선명한 ‘노화’의 흔적들이었다. 김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룩한 배’도 다소 들어가 보이는 등 살도 적잖이 빠진 듯 했다.
표정이나 태도도 예전 같지 않았다. 2000년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접할 때 김 위원장은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카메라 기자들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는 등 당당함과 여유를 과시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는 10여분 간 단 한 번도 활짝 웃지 않았고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김 위원장은 무개차에서 내리는 노 대통령을 기다리는 동안엔 어딘가 불편한 듯 오른 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실은 채 비스듬히 서 있기도 했다. “공산주의에도 예절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을 깍듯이 대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엔 무성의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왔다.
최근 일부 외신들의 보도처럼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거나 수행원을 늘 대동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당뇨와 심장병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은 5월 심장 대체 혈관 수술을 받았다.
7월 김 위원장이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을 만날 때 병색이 완연한 모습의 사진이 공개됐을 때 국정원은 “사진만으로 건강 악화를 확인하긴 어렵다”고 했었다. 물론 김 위원장의 달라진 모습이 단순히 세월 탓이거나 회담 전략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일 가능성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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