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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7선녀 "무용수? 우린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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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7선녀 "무용수? 우린 여고생"

입력
2007.10.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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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개천절(10월 3일)이면,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은 칠(七) 선녀를 맞는다. 구름이 흩날리는 제단 위에서 선녀들이 선보이는 춤사위는 하늘에 닿을 듯 신비롭고 성스럽기까지 하다.

우아한 외모와 능숙한 춤 솜씨가 전문 무용수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강화여고 학생들이다. 강화여고(전 강화여상)는 1956년부터 52년째 ‘개천대제’‘전국체전’ 등 성화 채화와 성무를 도맡는 칠 선녀를 배출했다. 칠 선녀는 기원전(BC) 2,282년 단군이 단을 쌓고 천제를 지낼 때, 일곱 선녀가 합 그릇을 받들고 있었다는 기록에서 유래했다.

칠 선녀 들은 춤 추는 위치에 따라 이름이 정해져 있다. 천추선녀(天軸仙女ㆍ하늘의 중심, 일명 주선녀), 천기선녀(天氣仙女ㆍ하늘의 기운), 천선선녀(天善仙女ㆍ하늘의 착한 마음), 천권선녀(天權仙女ㆍ하늘의 권세), 옥형선녀(玉衡仙女ㆍ옥으로 만든 저울), 계양선녀(桂陽仙女ㆍ하늘의 열림), 요광선녀(搖光仙女ㆍ더욱 더 빛남).

학교 측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웃는 모습과 키 그리고 유연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선녀를 선발한다.

선녀가 되는 과정은 혹독하다. 선녀로 뽑힌 6월부터 1주일에 4일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 8일 광주에서 열릴 전국체전 성화를 채화하던 지난달 21일에는 날씨가 흐려 헬기가 뜨지 못하는 바람에 선녀들은 버선발로 산 꼭대기까지 오르느라 비지짬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역사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자부심이 고생을 잊게 한다.

김옥진(16) 양은 “선녀가 된 뒤 여태껏 강화도에 살면서 단군신화나 개천절 등 역사에 소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김동윤(16)양은 “요즘 친구들에게 개천절과 단군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 걱정이다. 대학 입학시 혜택도 없는데 공부시간만 뺏는다며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강화여고 남시현(46)교사는 “국가적 행사에 봉사하는 만큼 정부나 대학들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관련기관이 말로만 단군과 개천절을 중요하다고 할 뿐, 정작 필요한 사료 정리 등에 대한 관심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화=박서강 기자 pindropper@hk.co.kr김혜경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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