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가 1일 양곤 시내에 2만명의 병력을 증강하고 반정부 시위 진압을 강조하는 등 지구촌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한 채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군정은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를 민주화 세력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메신저로 이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군정측이 민주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수치 여사와의 협상을 통해서 더 이상의 유혈 충돌을 막는 수준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미얀마 상황은 무장 군인들이 양곤,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들을 봉쇄하면서 소요 사태가 일단 진정된 국면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한때 10만명의 시위 인파가 운집했던 양곤에서는 시위방지를 위한 바리케이드가 제거되었으며 증강된 병력들도 시 외곽의 부대로 재배치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사태가 진정된 데에는 군정 산하 비밀경찰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비밀경찰이 50호 담당제 등 감시체제를 동원, 시위 주동자와 반체제 인사의 색출에 나서며 1,300여명이 당국에 의해 체포됐고 최대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인권위원회'는 1일 승려 700명을 포함 최소 1,300여명이 군정 당국에 체포됐다고 주장했고,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얀마를 위한 미국운동'측도 이번 사태로 최대 20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무장 군인들의 가혹행위를 비난했다. RSF는 이제까지 최소 언론인 4명이 체포되고 10명이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태국 온라인 뉴스 매체인 '이라와디'는 현지 기자 3명이 수일째 행방불명 상태로, 이들이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의 강력한 통제에도 일부 승려들은 끝까지 반정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급 승려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달,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가 급등해 형편이 어려워졌음에도 국민들은 우리에게 양식을 주고 있다"고 말해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편, 아웅산 수치여사와 면담을 마친 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머물고 있는 감바리 유엔 특사는 2일 미얀마 군정의 최고 실권자인 탄 쉐 장군과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면담을 할 것이라고 미얀마 정보부 관리가 1일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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