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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몸짓서 느끼는 현대인의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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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몸짓서 느끼는 현대인의 고립

입력
2007.10.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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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 가을을 수식하는 말들에 ‘극장을 찾는 계절’을 덧붙여야 할 듯싶다. 막이 오른 2007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 공연예술의 현대성과 고전 읽기를 권유하고 있다. 이 가을 극장의 천정은 관객의 박수소리로 높아지고, 연극이 제공하는 지성과 상상력의 힘이 우리 문화의 역량을 살찌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연된 2007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연극 부문 작품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개막작 <아라비안 나이트> 를 비롯해 대부분이 현대의 일상적 삶을 신체적 퍼포먼스로 구성해냈다.

현대란 개인성을 획득했지만 여기에 드리운 그늘은 고독과 소외다. 라트비아에서 온 <롱 라이프> 와 스위스의 <미친 밤> , 체코의 <웨이팅 룸> 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타인’과 자기 ‘몸’을 감지하는 촉수를 퇴화시키거나 사라지게 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출신 연출가와 독일 포스트모더니즘 텍스트가 만난 <아라비안 나이트> 는 아파트의 분리된 공간 아래 콘크리트 벽 너머 층층을 밟고선 다른 이의 땀과 음성과 존재감을 좇는다. <롱 라이프> 는 인류공통이 직면한 고령사회 속 긴 여생에 속한 일상의 하루 동안을 페이소스 넘치도록 극사실의 유희로 그려낸다.

<미친 밤> 역시 현대인이 맞닥뜨린 고독의 문제를 다룬다. 체홉의 희극성과 베케트적인 상황과 언어를 21세기 판으로 변형시킨 듯한 이 연극은 깊은 밤 술집을 떠나지 못하는 취객들의 혼잣말과 권태, 외로움 등을 언어와 리듬의 콘서트로 구성한다. <웨이팅 룸> 은 대합실을 극중 공간으로 삼아 젊은이들의 사랑과 이별, 폭력과 고립감을 역동적인 댄스 시어터 형식으로 만들었다.

국내 참가작들의 경향도 마찬가지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체게바라> (황지수 원작, 장소익 연출)는 한 인물을 다루는 전기극 형식이 아니라 미완의 혁명을 일깨우는 ‘중국으로부터 온 서사극적 전보문’에 가깝다.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 리듬과 신화를 빌려온 이 연극은 극장이 노동의 수확물 한줌, 술 한 잔을 함께 나누는 대동놀이의 장소가 되기를 염원했다.

극단 물리의 참가작 <짐> 은 우까시마호 폭침 사건의 희생자를 위한 진혼굿이자 역사의 책임을 환기하는 연극이다(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 연출가는 테마에 실린 무거운 중력을 이미지와 신체적 퍼포먼스의 부력으로 넘어서려 시도했다.

문자 텍스트에서 연출가 중심의 스펙터클로, 다시 배우들의 몸의 현존과 청각적 리듬감으로 이동하면서 설치미술화 되는 무대, 비언어적 퍼포밍 아트와의 혼종을 향하는 현대연극의 한 흐름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10월 14일까지.

극작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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