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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양과학기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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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양과학기술대학

입력
2007.10.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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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문을 여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북한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구상했던 실용개방정책의 일환이었다니 놀랍다. 1992년 중국 최초로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자치주 옌지(延吉)시에 옌볜과학기술대학이 문을 열었다.

1990년 중국 옌볜조선족기술전문대학이 생겼고, 4년제 기술대학으로, 다시 과학기술대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는 눈 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93년 첫 졸업생이 지린성 요직을 차지하는 것을 관찰한 김일성은 곧바로 김진경 옌볜과기대 총장을 극비리에 평양으로 초청했다. 김 총장은 김일성으로부터 조심스러운 제의를 받았다.

■북한 내에 옌볜과기대의 '브라더 스쿨'을 세워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다. "함경북도 나진ㆍ선봉 정도면 가능하겠다"는 대답에 김일성은 흡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8월 김 주석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나ㆍ선 과기대' 구상은 일단 사라졌다.

2000, 2001년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발전이 해외에서 지식을 습득한 인민들의 머리에서 나왔음을 실감했고, 교육성 관계자들을 불러 '두뇌 개발'을 역설했다. 선친과 김 총장의 일화를 보고 받은 김 위원장은 즉시 '나ㆍ선'을 '평양'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평양과기대 설립은 우리 민간단체인 ㈔동북아문화교류재단과 북한 교육성의 합의로 추진됐다.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10억원을 지원했지만 450억원 정도의 비용은 모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초기엔 소망교회 등 기독교단체가 앞장섰으나 현재는 기업과 일반인, 각국 NGO들이 기부금의 60%를 낸다고 한다.

북측과의 계약에 따라 건설자재와 장비는 모두 중국에서 가져가고, 하루 500~600명의 노동자를 무상으로 공급 받는다. '북한정권 배 불리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다만 동원된 노동자들의 식사 정도를 재단 모금액에서 제공한다.

■이 대학 설립을 추진해온 이승률 옌볜과기대 대외부총장은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는 맹자의 말을 강조했다. 세계가 화해와 개방이라는 천시(天時)를 요구하고, 그것이 동북아시아의 지리(地利)를 업고 있으나, 한국 중국 북한의 인화(人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그의 저서 <동북아시대와 조선족> 중에서).

사상과 이념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주의국가가 그들의 젊은 두뇌를 외국인에게 맡기는 결정은 쉽지 않다. 북한이 평양과기대 개학과 함께 한국 교수들을 평양에 상주하는 '가정교사'로 허용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정병진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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