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인 UBS 아시아 M&A 사업 총괄인 매튜 해닝 아시아 대표는 최근 개최된 한국증권연구원 개원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동아시아 M&A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매튜 해닝 대표는 "한국의 M&A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라며 "작년 GDP(국내총생산)대비 M&A 거래 비중을 살펴볼 때 유럽 호주 싱가포르는 10%를 넘고 있지만 한국은 5%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닝 대표가 지적한 것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다. 그는 "아직도 한국에는 '회색지대'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현대 M&A 규제를 보다 명확히하고 일관성 있고 예상 가능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한국의 편견이 국내 M&A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에 대해 공정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해닝 대표는 "이 같은 M&A와 관련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M&A 활동에 대표적인 저해 요인"이라며 "특히 해외에서 활발한 적대적 M&A의 경우는 정부정책의 투명성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해닝 대표는 특히 한국의 M&A 시장의 경우 한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M&A 시장이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아웃바운드 M&A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을 인수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일 만큼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 인수에 소극적이라는 것. 반면 인도의 경우 타타자동차 등이 활발한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해닝 대표는 "한국의 아웃바운드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 해외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확대 등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도 인도의 사례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해닝 대표는 한국의 M&A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이러한 제약 요인이 있는 반면 최근 한국에서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이 해외기업 M&A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소형 건설기기 업체인 밥캣을 인수하고 나선 것이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PEF(사모투자펀드), 연기금 등 현금이 풍부한 펀드 및 기관들의 가용성이 증대되고 있고, 정부의 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M&A시장 전망은 밝은 것으로 예측했다.
해닝 대표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활동을 하고 싶어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것은 결국 자신감의 문제며 중국 인도의 대기업들이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외로 적극 진출해 성공을 이뤘던 만큼 한국도 이를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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