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공포’가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고, 900원 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40원 떨어진 913.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연중 저점(7월 25일 913.90원)을 돌파한 것은 물론,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2일 913.50원 이후 최저치다. 정확히 10년 만이다.
환율 하락은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18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글로벌 약(弱) 달러’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유로화 당 달러 환율은 1.42달러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10월 말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달러 약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원ㆍ달러 환율도 미국의 금리인하 직후인 지난달 19일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수출 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도 ‘달러 약세,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 심리 등으로 급격한 추가 하락은 없겠지만, 상당 기간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910원은 물론 900원 벽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속절없이 추락하는 환율에 중소 수출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도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급락까지 겹치면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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