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경찰’ ‘해양 경찰’의 고질적인 공조수사 부재와 미흡한 초동수사가 전남 보성 20대 남녀 4명 연쇄 피살사건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수해양경찰서가 대학생 추모(20ㆍ여)씨의 변사체를 발견한 것은 3일 오후. 해경은 신원 확인을 위해 가출인 신고 여부를 알아보다가 전남 보성경찰서가 추씨와 남자 친구 김모(21)씨 실종 사건을 ‘납치 의심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 중인 것을 확인했다.
당시 보성서는 추씨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받고 추씨의 휴대폰 발신지 및 통화내역 추적 등 행적 수사를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보성서는 추씨가 8월31일 오후 6시께 4차례나 119전화를 걸었다가 말 없이 끊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범죄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
변사체를 발견해 수사 관할권이 있는 해경은 그러나 보성서의 수사만 지켜봤을 뿐 수사상황 인계 요청을 하지 않았다. 또 5일 오후 변사체로 발견된 김씨의 발목 등이 골절돼 있어 타살 가능성이 높은데도 검안의 소견만 믿고 단순 추락사쯤으로 취급하다 지난달 11일 “사건을 보성서로 넘겨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을 이유로 사실상 수사에서 손을 뗐다.
더구나 해경은 사건을 바로 이첩하지 않다가 지난달 28일 2차 범행 피해자인 안모(23ㆍ여)씨의 변사체가 발견되자 그때서야 보성서로 사건을 넘겼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피해자 부검 결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첩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보성서 역시 추씨의 119 구조 요청 당시 주변에서 뱃소리가 들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어선 입출항 기록 조사 등을 위한 해경과의 공조를 외면하고 사건 이첩도 요청하지 않는 등 단독 수사에만 매달렸다. 보성 연안 선착장 주변 운항 선박에 대한 조사는 28일에야 이뤄졌다.
‘해양 경찰’이 추모씨 변사체 발견 이후 사건을 장기간 방치하고, ‘육상 경찰’과 해경이 제대로 공조수사를 하지 않는 사이, 범인 오모(70ㆍ구속)씨는 25일 2대 여성 2명을 살해하는 2차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남녀 대학생 변사 사건의 경우 행적 수사에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해 해경에 수사상황을 통보해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수사 주체인 해경이 제대로 수사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보성=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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