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진 후 최근 두 달 동안 ‘경제협력 수혜주’로 분류되는 주식들이 연일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의 심리를 따라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이후 이들을 포함한 전체 주식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증시에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을 좇는 증시에 정상회담이라는 ‘정치 변수’가 끼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1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지난 주말보다 16.19포인트(0.83%) 오른 1,962.67로 마감했다. 지난 달 18일 1,838.61 이후 엿새 연속 오름세를 이어온 배경에는 정상회담의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의 효과를 높게 보는 쪽의 근거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감소다. 분단상황에 대한 투자자의 막연한 두려움이 정상회담 후 조성될 평화분위기로 줄어들면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키움증권은 이 날 10월 증시전망에서 “이번 정상회담 중 경제특구 설치 등의 문제가 논의될 수 있고 이는 대북 관련주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정상회담은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과 지정학적 위험 감소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특히 정상회담 후 경협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자원개발 등 분야에서 가시적인 합의가 발표되면 관련 산업과 업체에 다시한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막상 정상회담이 지나면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 6월13일을 전후해 코스피는 직전 10거래일 동안 28% 급등했지만 정작 개최 당일에는 4.89% 급락했고, 공동성명이 발표된 6월15일에는 5.90% 추락한 바 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정상회담 재료는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고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굿모닝신한증권 김 연구원은 “과거 사례가 2000년 한 번 뿐이어서 이번에도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역시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 동안 급등세를 보인 남북경협 수혜주는 앞으로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가 많다.
대우증권의 조 부장은 “경협 관련주는 다른 주식보다 정상회담 재료가 더욱 선반영된 상태”라며 “개성공단 진출기업 말고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일정이 불확실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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