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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2> 이화섭 KIST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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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2> 이화섭 KIST 초빙연구위원

입력
2007.10.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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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레이온은 근대화 시절 섬유수출의 역군이었다. 하지만 나무 펄프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화학공정은 이황화탄소라는 유해 가스를 뿜어냈고, 직공들의 직업병은 큰 사회문제가 됐다. 급기야 1993년 원진레이온은 폐업했다.

1980년대 말 이 공장을 지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고 다짐하던 한 과학자가 있었다.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화섭(62·사진) 초빙연구위원이다. 그리고 그의 집념은 20년만에 빛을 발했다.

이 박사가 개발한 무공해 리오셀 공정은 ㈜효성에 기술이전됐고, 효성의 타이어코드용 리오셀로 만들어진 친환경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에서 지난해 말부터 판매중이다. 세계 최초의 친환경 리오셀 타이어다. 세계적으로 리오셀 공정을 실용화한 곳은 오스트리아의 렌징사뿐이며, 이 박사팀의 공정은 이보다 더 단순하다.

“공장 옆을 지날 때면 버스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공해가 심각했습니다. 직공들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고생이 많았죠. 원천적으로 유해 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리오셀 공정은 2002년 산업자원부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하지만 1988년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는 연구비를 지원 받기도 어려웠다. ‘멀쩡히 잘 돌아가는 섬유분야에 신공정 개발이 왜 필요하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어렵사리 연구비를 확보해 1993년 결실을 맺고 98년 한일합섬이 파일럿 설비까지 지었지만 기업의 도산으로 상용화는 물 건너가는 듯했다. 설비가 중국으로 처분될 위기에 처하자 이 박사는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기껏 개발하고 중국에 넘겨주는 것은 안 된다”며 설득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리오셀로 만든 고급 타이어코드를 팔게 됐고, KIST는 57억원의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리오셀은 의류용 인견이나 타이어 코드뿐 아니라 정제분리막, 혈액투석만, 필름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이 박사는 “미래에 국가가 필요한 기술을 미리 내다보고 준비할 줄 알아야 과학자”라고 말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미래를 대비한 것이 바로 이 박사가 걸어온 연구자의 길이었다.

올해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자’(과학문화재단 선정)인 이 박사는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과학자는 국가 발전의 핵심 리더”라며 과학자의 길을 권했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그는 균형 잡힌 가치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창의성, 다른 분야를 아우를 줄 아는 협동적 리더십을 꼽는다.

■ 이화섭 연구위원

1969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학사)

197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과 졸(석사)

1986년 영국 리즈대 섬유산업과 졸(박사)

1971~74년 LG화학

1974년~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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