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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은 파리 목숨' 옛말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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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은 파리 목숨' 옛말 됐네…

입력
2007.10.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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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은 파리 목숨’이라는 얘기가 이제는 옛말이 됐다.

최근 들어 재선은 물론이고 3선 은행장까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최소 6년, 길게는 그 이상 장기 집권하며 단기 수익성에 급급하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10월말 임기를 앞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최근 확정되면서 올해 들어 실시된 은행장 인사에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국책은행장으로서는 드물게 연임을 했고,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리차드 웨커 외환은행장, 존 필메리디스 제일은행장 등 외국계 은행의 수장들도 모두 재신임을 받았다.

지방은행에서도 홍성주 전북은행장이 3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정태석 광주은행장과 정경득 경남은행장 등이 줄줄이 연임 은행장 대열에 합류했다.

시중ㆍ지방은행장 중 연임이 아닌 경우는 내년 임기를 맞는 김종열 하나은행장, 올해 초 선임된 박해춘 우리은행장, 이장호 부산은행장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재계의 최고경영자(CEO)에 비해 수명이 현저히 짧았던 은행장이 장기 집권을 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비해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던 시절에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했기 때문에 연임이 힘들었다”며 “외국인 대주주 등의 영향력이 커진 요즘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간섭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경영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것도 은행장들이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장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중장기 비전을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장기 집권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있다.

경영진을 평가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자칫 독단적인 경영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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