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업체들이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뜨거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휴대폰 업체들 간에 마지막 미개척 시장인 중동과 아프리카를 공략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브라질, 인도, 중남미도 이미 포화 상태”라며 “하지만 중동ㆍ아프리카는 이제 초기 시장 단계여서 휴대폰 업계가 차기 틈새시장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노키아. 티모 토이카넨 노키아 부사장은 최근 “지난해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61개국에서 1억6,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이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노키아의 전세계 휴대폰 판매량 가운데 현재 17% 수준인 중동ㆍ아프리카 지역 점유율이 2010년에 2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키아는 중동ㆍ아프리카에 운영 중인 12개 지사 외에 요르단, 쿠웨이트, 우간다, 알제리 등 8개국에 지사를 추가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의 휴대폰 판매량을 지난해 800만대에서 올해 1,500만대로 2배 가까이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중동과 유럽의 경계인 터키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소득수준이 매년 2배씩 성장해 고가폰이 잘 팔린다”며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폰의 터키 시장 점유율이 14.6%였는데 올해는 2배 이상인 30%를 넘어 노키아에 이어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고가폰 비중이 늘고 있는 중동ㆍ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1분기에 ‘울트라에디션2’ 시리즈인 ‘D900’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두께 5.9㎜의 슬림폰 ‘U100’과 동영상 기능을 강조한 ‘F500’을 잇따라 내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은 휴대폰 보급률이 50%를 웃돌면서 유럽처럼 고가폰 시장을 이루고 있고 파키스탄,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은 아직 저가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중심의 시장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아프리카에서 2만5,000달러짜리 휴대폰을 팔아 화제가 됐다.
지난해 5월 수단의 이동통신업체 수다텔의 전국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휴대폰 최대 공급자 계약을 따냈고, 이후 수다텔과 공동으로 ‘0123456789’ 전화번호가 부여된 초콜릿폰을 지난해 말 경매에 붙여 2만5,000달러에 판매했다.
고가폰으로 유명세를 탄 LG전자는 수단에서 지난해 말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삼성전자(25%), 3위는 노키아(23%)다.
LG전자는 올해 6월 중동에서 ‘프라다폰’을 출시한데 이어 아프리카에 ‘샤인폰’을 내놓으며 고가폰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의 벽은 이 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LG전자 관계자는 “노키아의 중동ㆍ아프리카 시장 장악력은 무서울 정도”라며 “30달러대의 저가폰을 내놓고 있으나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현지인들은 저가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그만큼 힘들다”며 “노키아 제품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프리미엄폰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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