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신고ㆍ불능화 등 비핵화 2단계 행동계획은 6자 당사국 수석대표의 잠정 합의 형태를 띄고 있어 아직 낙관은 이르다.
하지만 최종합의를 위한 ‘이틀 간의 휴회’가 비핵화의 키를 쥔 북한이 아니라 미국, 일본이 요청한 점에서 막판에 틀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일본 측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폐막 후 곧바로 각각 미국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번 잠정 합의문에 대한 본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다. 일단 핵심 당사국인 미국의 힐 차관보가 출국 전 “공동성명에 대한 합의를 곧 볼 것 같다”고 말해 미 정부의 승인을 얻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일본 측이 불능화(비핵화) 진전에 일단 만족하고 납치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룰 지 여부가 다소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잠정 합의문을 받아들일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설사 일본이 반대해 합의문 채택이 불가능하더라도 핵심 당사국인 북미간의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행동계획의 이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회담 소식통의 전언이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예 합의문을 낼 수 없거나 원칙적 언급만으로 이루어진 의장성명 정도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회담장 주변에 파다했다. 불능화 방식 및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공식화 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측의 입장이 회담 사흘 내내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측은 잠정 합의 전날까지도 계속 신고ㆍ불능화 시기를 못박을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 시기도 합의문에 적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폐막일로 예정된 30일 오전 수석대표 회의 마저 연기되자 합의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하기도 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 일부 외신은 회담의 이틀 휴회 소식이 전해지자 “합의 실패”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담 결렬 분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날 점심 직전 해제 시기에 대한 명기 없이 제네바 합의를 준용하는 방안을 수용하면서 합의문 잠정 채택이 가능해졌다는 후문이다.
의회보고 등을 거쳐야 하는 미국의 정치 절차상 행정부 단독으로 테러지원국 해제 시기를 공식화하는 부담을 양해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잠정합의 도출에는 북미 쌍방의 일정한 양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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