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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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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론조사

입력
2007.10.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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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씨의 압도적 우세(54%) 속에 정동영(7%), 손학규(6.7%)씨가 5%대를 간신히 넘었고, 문국현(3.7%) 이해찬(3.2%) 권영길(2.4%) 조순형(1.9%) 이인제(1.5%)씨가 뒤를 따랐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난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다. 막대그래프 위에 후보 사진을 얹어 만든 큼직한 그래픽이 순위 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 눈길을 잡았다. ‘조사 응답률 15%’. 전국 성인 남녀 1,035명이 대상이었으니 실제 참가자는 155명 정도라는 얘기다.

▦어려운 통계조사의 원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155명이 3,700만 유권자의 복잡한 표심을 대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사소한 조사라도 참가자(표본)가 적어도 400명은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 완벽한 조사라 해도 위 아래로 3.1%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선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의 지지율은 의미가 없는 조사다. 요즘 언론기관이 실시하는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시의에 맞춰, 짧은 시간 안에 조사해야 하는 고충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사회 경제 분야에서 주로 쓰이던 여론조사가 요즘은 정치인들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실세’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내 선거에서는 앞섰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려 다잡은 승리를 놓친 사례가 그렇다.

국회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후보를 선정하는 당내 공천에서도 여론조사 결과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가히 여론조사 만능시대다. 그렇지만 여론조사에 감춰진 많은 맹점을 생각하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이나 도덕성, 정책 비전 같은 부분은 지지율 앞에서 맥을 못 춘다.

▦통계는 본래 고의적인 자료 조작이나 실수에 의해 오염될 소지가 너무나 많다. 미국의 통계학자 더렐 허프는 <통계로 사기치기(how to lie with statistics?)> 라는 책까지 펴냈다.

얼마 전 자료 입력의 실수로 정부의 재정통계가 17조원이나 잘못 집계된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그런 예다. 정부가 무려 600억원을 들여 만든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이 이 실수 하나로 무력화했다. 통계 조작도 그만큼 쉬우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사례다. 통계는 현실을 분석하는 유용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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