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하와 달러 하락 여파로 9월 국제 상품가격이 32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한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곡물, 비철금속, 금, 원유 등 주요 상품가격의 급등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지며 글로벌 경제에 만만찮은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19개 품목에 대한 로이터.제프리스 CRB 상품지수는 9월 중 전월 308.76에서 333.67로 8.1% 포인트 올라 1975년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곡물 공급부족 우려로 밀은 사상 최고가인 부셸당 9.5125 달러까지 올랐고, 옥수수와 콩 가격도 각각 15%, 14% 급등했다. 원유 역시 지난달 20일 사상 최고치인 배럴 당 83.90 달러를 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금은 지난달 28일 온스당 752.80 달러까지 올라 80년 1월 이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요 상품가격의 급등세는 지난달 18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대폭 금리인하 이후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금리인하는 경기진작 효과에 따른 상품수요 증가를 통한 가격상승 기대감뿐 아니라, 달러 가치 하락을 유발함으로써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국제 상품의 명목가격 상승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주로 선물로 거래되는 상품시장에 단기 차익을 노린 헤지펀드 등의 투기가 가세되는 것도 급등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고용감소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예상보다 덜 감소했다는 미국 정부 발표가 경기침체 우려를 완화시키면서 다시 한 번 상품가격을 자극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요인 외에 중국 인도 등의 고도성장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소재 ‘델타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상품펀드매니저인 칩 한론은 블룸버그통신에 “아시아와 현지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산층들의 원자재 수요는 왕성하다”며 “상품가격도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가격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곡물 종자업체와 광산업체 주가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곡물 종자업체인 ‘몬산토’ 주가는 9월 중 2000년 거래 개시 이후 최대폭인 23% 급등했고, 구리 및 금광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 코퍼 앤드 골드’ 주가도 같은 기간 20% 급등했다.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나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국제 상품가격 상승세는 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0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창립했으며, 최근 수년간 상품시장에 주목해온 짐 로저스 빌랜드인터레스트 회장은 “미국 금리인하는 달러를 약세로 몰아붙이는 반면 상품가격은 하늘로 치솟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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