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35)씨 비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두 사람의 개인 비리로 방향을 틀고 있다. 대검 중수부 인력까지 투입하며 3개월째 강도 높은 수사를 해온 검찰이 두 사람의 혐의를 하나라도 더 추가해 ‘구속기소’라는 가시적 성과를 끌어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위층 공직자가 개입된 권력형 비리를 밝혀내려는 검찰이 혐의 입증과 관련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우회로를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 수사 정점 지났나
검찰은 신씨가 2005년 동국대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에 임용되는 과정에서 위조 예일대 박사 학위 등을 이용한 혐의를 대부분 확인했다. 신씨의 컴퓨터에서 학위 위조에 사용한 양식 등을 확보했고, 신씨로부터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대목은 변 전 실장의 사전 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동국대 재단 사무실 및 교수임용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변 전 실장이 신씨의 학력 위조 사실을 무마하고 교수 임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회주인 흥덕사에 10억원의 특별교부세가 지원되는 과정에 변 전 실장이 직접 행정자치부에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 변 전 실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성곡미술관 관계자 등의 조사를 통해, 신씨가 매년 5억여원에 이르는 기업 후원금의 일부를 빼돌린 사실을 확인, 신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신씨가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자신의 고교 동창생인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지원사격을 요청한 증거자료들도 확보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은 직권남용 만으로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으며, 신씨도 후원금 횡령 혐의가 추가될 경우 재청구 영장이 발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개인비리 수사 배경은
검찰은 그러나 영장청구 시점을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수사방향 마저도 개인비리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검찰은 30일 변 전 실장이 자신이 다니던 과천 보광사에 국고 지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통 사찰이긴 해도 문화재가 없어 특별교부세 집행이 불가능한 보광사에 억대의 지원이 결정되는 과정에 변 전 실장으로 추정되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광사 예산 지원은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해온 변 전 실장의 다른 비리와 달리 신씨와 공모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변 전 실장에겐 흥덕사의 경우처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되지만, 이는 권력형 치정비리라는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사안이다.
신씨에 대한 수사도 개인 비리로 흐르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추석 연휴 직후로 예정했던 신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신씨의 새 혐의가 드러나 추가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신씨의 새 혐의는 고작 기업체와 조각가들을 연결해주고, 작품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받아 챙긴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주요 의혹에 대한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검찰이 신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와 관련, 기대를 걸었던 성곡미술관에 대한 기업체 후원금 횡령 혐의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신씨가 빼돌린 후원금을 모두 박문순 관장에게 상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미 두 차례 실시한 동국대 재단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28일 다시 한 것도 두 사람을 엮을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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