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는 낙관적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북한이 시리아에 핵을 이전했다는 의혹이 떠오르고, 2ㆍ13합의 2단계 조치인 핵 신고ㆍ불능화 이행시간표와 방식에 대한 합의도 만만치 않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6자 당사국 사이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6일과 이날 오전 연쇄 양자 접촉을 갖고 타협점을 찾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날 오후 비핵화 및 경제ㆍ에너지 실무그룹 회의 결과 보고에 이은 전체회의에서도 6자 당사국의 실무적 자세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핫 이슈인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에 대해 힐 차관보는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면서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 힐 차관보는 26일 북미 회동 후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북미가 협의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핵 확산 문제도 6자회담의 중요한 이슈"라고 원칙론만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회담장 주변에서는 미측이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에 대해 '선(先) 합의 후(後) 규명'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어차피 핵 프로그램 신고에 플루토늄 등 핵 물질 생산량 및 사용 내역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북측을 미리 궁지로 몰아넣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실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측 관계자도 "핵 이전설이 북핵 협상을 탈선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과 관련해 우리 측은 연일 북측의 성실한 핵 신고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직접 언급을 피했지만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밝혀야 하며 진실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성실한 핵 신고를 강조했다.
이는 우회적으로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 규명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한미가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측의 문제 제기도 본격적인 수준은 아니어서 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한_시리아 핵 커넥션이 전면 쟁점화하기보다는 합리적 해결을 모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견해차가 있는 불능화 방식과 핵 신고의 범위 문제에 대해서도 6자 당사국이 타협을 보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불능화 방식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는 봤다"고 말해 상당부분 절충이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전환이 핵 시설 무력화(불능화), 즉 핵무기 제조능력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점에서 취하게 될 조치다"고 주장했다.
핵 이전설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야만정권 발언 등 미측의 대북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6자회담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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