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와 성곡미술관 박문순 관장은 27일 이틀째 나란히 검찰에 출두, 기업체 후원금 횡령의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신씨는 이날 조사를 마친 뒤 미소를 띤 채 검찰청사를 나서 검찰이 누구 손을 들어줬는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신씨는 전날 박 관장과의 대질신문에서 횡령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는 모두 박 관장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며, 빼돌린 돈도 모두 박 관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박 관장으로부터 횡령의 대가로 1,800만원 상당의 목걸이와 오피스텔 보증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도 했다. 신씨의 주장은 이틀째 대질신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에맞서 박 관장은 "횡령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목걸이 선물은 후원금 관리를 잘 해준 데 대한 사례 성격이었다"고 신씨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박 관장은 신씨가 귀가한 뒤에도 한참동안 더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신씨가 갑작스레 박 관장을 횡령죄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검찰의 영장재청구와 기소를 앞두고 죄를 덜어보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박 관장이 횡령의 주체가 되면, 신씨는 횡령죄의 공범으로 기소되더라도 돈을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향후 재판에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후원금 유치를 부탁한 정황 등을 감안할 때, 박 관장 지시로 횡령한 뒤 상납했다는 신씨의 주장은 상식을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관장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횡령 과정에 박 관장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박 관장의 남편인 김석원 쌍용양회공업 명예회장과 관련해 공적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4년 박 관장이 신씨 이름으로 청와대 인근 은행에 개인금고를 대여, 거액의 외화를 예치했다는 대목에선 비자금 조성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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