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제시문 (라)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지만, 제시문 (가), (나), (다)가 그 중 한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할 때, (가), (나), (다) 전체를 포괄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시오. (1,400자 내외)
*제시문 전문은 ebsi(www.ebsi.co.kr) 논술방 참조
[학생글]
①개인의 존재는 사회와 동떨어져 해석될 수 없다. 인간의 실존적 지위를 규정하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관계’이다. ②생산관계에서의 개인의 지위는 ‘자본가’이자 ‘노동자’고, 법적 지위로 보면 ‘피고’와 ‘원고’, 국가란 큰 틀에서 보면 주권을 가진 ‘국민’이다. 사회구성원이 직업을 잃어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이 ‘실업문제’라 지칭되고, 개인이 가족계획을 수립하면서 아이를 가지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도 ‘출산율’과 ‘노동생산성’ 같은 사회공통의 영역에 편입되어 언론에 의해 이슈화된다. ③이는 사회라는 구조가 인간이 영위하는 생활과 활동과정에 깊숙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현진건의 소설은 ‘구조의 벽’에서 갈등하는 개인을 정밀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반감이 자신을 술에 취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진술한다. ‘민족’과 ‘체제’ 같은 거창한 대의를 내걸고 시작한 선의적 행위도 개인의 의지만으론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④응집된 개인들의 조직화를 통해 실현가능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집단과 개인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다.
⑤(라)에서의 자살이란 현상도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살을 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염세비관’ 이라는 점은 사회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⑥개인의 선택으로 발생한 ‘자살’의 문제도 OECD가입국 내에서의 한국의 특수성으로 치환되고, 국가에 끼치는 경제손실로 책정되는 등, 개인의 행위는 끊임없이 사회란(라는) 맥락을 통해 해석되고 있다. ‘자살’을 사적인 문제로 ⑦환원해 방치하기보다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⑧그렇다면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적방안은 무엇인가?
‘소외’는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이 겪는 일상적 갈등을 잘 드러내는 단어다. 사회와 마찰하며 존속할 숙명에 처한 개인의 삶이란 갈등의 ⑨연속에 다름아니다. ⑩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다수 서민들의 일상에 해당하는 경제적 소외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생계곤란 이라는 절박한 사유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해왔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부의 불평등’의 해소는 시급한 과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법과 제도 같은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는 국가장치를 선진화 시키는 것이다. (가)에서 잘 지적했듯, 국가란 틀 안에는 하나의 정치적 이념성을 공유하는 통일된 개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지 ‘이익’을 둘러싼 파행이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하게 분출되는 갈등과 다툼에 개인의 도덕적 지향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가는 법으로 대표되는 ⑪사회유지장치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의 설문조사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법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표는 사회의 근간이자 토대인 ‘법’이란 규칙이 구성원들의 동의를 ⑫담보하지 못하고, 밑에서부터 흔들린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하겠다.
<세부첨삭>세부첨삭>
[1단락 정리]
일반적인 논술문 형식으로 보았을 때는 관심환기가 지나치게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일부 불필요한 부분까지 포함하며, 문제제기는 논제의 일부분을 해결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단락입니다.
그러나 형식적 측면을 조금 자유롭게 바라본다면 나름대로는 깊이 있게 잘 전개된 서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서론의 가치도 결론에서 논제가 제대로 해결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① 개인과 사회를 규정하는 자기 철학적 근본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실존적 지위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제도에 의해 인간의 실존이 규정되니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시문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실존적 측면의 문제보다는 제도적,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논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으로 보려는 시도는 좋습니다.
②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규정하는 예를 보이려고 했습니다만, 이러한 부분까지는 필요 없는 듯합니다. 논제를 이끌기 위한 관심환기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논의가 깊어지는 내용들입니다.
③ 보기에 따라서는 이미 논제의 일부분을 해결했거나 방향성을 한정하는 듯한 내용입니다. 원인막?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듯하죠. 따라서 이런 식으로 사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끌어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면 문제제기가 잘되었다고 할 수 있고, 원인을 사회의 책임으로 강조한다고 보면 논제의 일부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요. 좀 애매한 문제제기입니다.
[2단락 정리]
제시문 (나) 내용을 전개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내용 파악이 미흡하기도 하네요.
④ 일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각 개인이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다툼을 일삼는다고 전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조직화, 실현 가능성 등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3단락 정리]
깊이 있는 언급이고 수준 높은 문장력이지만, 부분적으로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조금만 손본다면 좋은 문장들이겠어요.
⑤ 이런 식의 연결 좋습니다. 서로 다른 단락이지만, 공통점이 있음을 전개하는 것이죠. 논제의 전반부에 제시된 내용처럼 공통점을 찾는 것이죠. 좋습니다.
⑥ ‘한국의 특수성’으로 치환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주제 특성상 ‘사회적 관계’로 치환된다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게 더 주제에 근접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⑦ 개인적 선택을 사회적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 선택이 사회적으로 완전 변화되는 게 아니죠. 따라서 다시 환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치환’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환원’을 쓰게 되나 본데요. 생략하는 게 제일 자연스럽습니다.
⑧ 형식적으로는 부적절한 문제제기입니다. 본론 중간에 문제제기를 해서는 안 되죠. 이는 이미 서론에서 한 것으로 치고, 이 문장은 ‘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공적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로 고쳐서 다음 단락 맨 앞 문장으로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4단락 정리]
대안을 잘 언급했지만, 우선순위가 바뀌었습니다.
⑨ 간단하게 ‘연속이다.’라고 하세요. ‘다름아니다’라는 표현은 국어생활 교과서에도 다루고 있는 좋지 않은 표현입니다. 자연스러운 우리말이 아니죠.
⑩ 제시문 (라)를 보면 현재의 문제는 경제적인 것보다 다른 것들이 더 문제라고 합니다. 이 내용은 전개할 수 있으나 사회정의를 다룬 뒷부분이 먼저 제시되고 나서 나중에 언급되어야 적절할 듯합니다.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라는 부분도 생략되어야 하고요.
⑪ ‘사회 안전장치’ 정도가 좀 더 익숙하겠네요.
[5단락 정리]
(다)와 관련해 대안을 전개하기는 하지만, 앞부분에 전개된 내용 전체를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결론이 지녀야할 기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논제 해결 여부를 판단해 보죠. 원인에 대해서는 사회적 구조에서 찾아야 함을 언급했고, 우선순위가 바뀌기는 했지만 대체로 대안을 적절히 제시했지요. 형식적인 측면에서 서론이라든지 결론 구성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⑫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어휘입니다. ‘얻지’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김상규ㆍ서울 장훈고 교사 EBS 논술첨삭지도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