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연임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강 행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국민은행 전체 지분의 83% 가량을 점하는 외국인 주주들과 사외이사 등 주변의 지지와 신임이 두터웠던 탓이다. 국민은행 행장추천위원회 구성이'친(親) 강정원 파'로 이루어진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물론 강 행장이 이끌었던 지난 3년 간 국민은행은 안정적인 입지를 다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괄목할만한 공(功)은 없었지만,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1위 은행의 위상을 이어갔다.
행추위는"강 행장이 어려웠던 시기에 행장을 맡아 소신 있는 내실경영과 시스템 구축을 통해 자산건전성과 수익을 크게 개선했고 최하위였던 고객만족부분도 지난해 1위를 달성하는 등 그간 업적이 높게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행장이 맡게 될 향후 3년은 단지 '꼼꼼한' 스타일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 부문 자산규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자산규모는 221조원으로 신한은행(199조원), 우리은행(196조원)과 큰 차이가 없다.
향후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해외진출 확대도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 국내 주요 4개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다가올 '금융 빅뱅'에 대비할 시스템이 그만큼 뒤쳐져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일단 연말까지 지주사 전환 시기와 방법을 확정하고 증권사 신규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급선무다. 올해 6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사무소를 연 데 이어 7월에는 중국 광저우 지점을 개설했고 베트남과 우크라이나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향후 해외 네트워크를 17개 지역으로 늘리고 현재 1.2% 수준인 해외자산 비중을 2010년 8%, 2015년 2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강 행장에게 "국민은행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실패를 강 행장 개인의 과(過)로 돌릴 수는 없지만, 추진력 결여와 비전 제시 실패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행추위가 "외환은행 인수 불발 및 장기비전 제시 한계 등 몇 가지 항목에서 아쉬운 점도 지적됐다"고 강 행장을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적으론 삭발투쟁까지 벌이며 강 행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는 노조를 껴안아야 한다. 노조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강 행장의 연임을 반대할 정도로, 강 행장은 내부 불신임을 받고 있다.
어떻게 연임이 가능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노조는 "강 행장 임기 3년 동안 국민은행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지만 정작 본인은 막대한 스톡옵션을 챙겼다"고 주장한다.
강 행장이 '자기 사람'만 간부와 사외이사 등으로 발탁하고 있다는 '인사 불만'도 노조가 강 행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이익 등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주주와 행추위 인사들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 같은 내부 불만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강 행장의 향후 3년은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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