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상정보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멋대로 정보를 유출해 악의적으로 이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모든 국민의 병력(病歷)과 소득ㆍ가족관계 자료를 갖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1,800여만 명에 대한 사회경력과 재산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직원들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방불케 하듯 '개개인의 뒷조사'를 하고 있었으니,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가벗겨진 듯한 불안과 낭패감을 느낀다.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된 두 기관의 자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정보유출의 동기와 내용이 지극히 악의적이다. 미혼 여성의 건강보험 급여기록 조회를 통해 과거의 임신중절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준 것이나, 수십명의 재산상태와 인적사항을 조폭이 낀 채권추심업체에 넘겨 준 것 등은 인권이나 재산권 문제를 넘어 악랄한 범죄에 해당한다.
또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에 관한 정보를 수백명의 직원이 1,000건 가까이 멋대로 뒤져보았다니 그들에 대한 각종 소문의 근거지가 이들 공공기관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직원들의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범죄가 보건복지부와 공단의 소홀한 관리에서 기인했음은 정보유용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건보공단의 경우 2002~2005년엔 정보유출이 연간 10건 미만이었으나 지난해의 경우 불과 2개월 동안 24건이나 됐다. 적발하여 징계했다는 게 이런 정도니 단순 호기심이나 사적인 부탁 등을 핑계로 내부 감사를 피해간 사례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에게 진료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했고, 그 요구는 당연한 행정절차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단 내부에서 환자의 비밀이나 자료가 쉽게 유출되는 상황이라면 복지부의 주장은 명분을 잃게 된다.
공단 스스로 직원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고 문책과 처벌을 엄히 해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이들 공단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은 복지부에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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