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군의 반정부 시위대 무력 진압 과정에서 숨진 일본인 영상 저널리스트 나가이 겐지(長井健司ㆍ50ㆍ사진)씨. 분쟁지역 취재 전문가인 그는 군인들의 총에 맞고 쓰러져 목숨을 거둘 때까지 오른 손에 든 소형 비데오 카메라를 놓지 않고 긴박한 민주화투쟁의 현장을 전하려 해 보는 이를 숙연케 했다.
그는 일본 최초의 분쟁지역 전문뉴스 프로덕션인 APF의 계약기자로서 미얀마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25일 양곤에 도착했다.
당시 태국 방콕에서 별도의 취재를 하고 있었지만 미얀마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원해서 현장으로 달려갔다. “미얀마의 정세가 악화해 앞으로 커다란 정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6일 일본 민간방송을 통해 미얀마 상황을 전하기도 한 그는 숨지기 전인 27일 낮 “지금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거리 상황을 확인하면서 취재를 계속하겠다”는 보고를 남긴 후 연락이 두절됐다.
양곤의 중심부인 술래 파고다 주변 거리에서 시위 상황을 취재하던 중 총탄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시위에 참여했던 미얀마인 목격자는 “그는 쓰러져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열심히 비디오카메라로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시위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총알이 가슴을 관통하는 치명상을 입어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일본 에히메(愛媛)현 출신으로 독신인 그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분쟁지역의 최전선을 누벼 온 베테랑 저널리스트이다.
“누구도 가지않는 곳에 누군가가 가지않으면 안된다” “긴급사태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일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그는 전쟁의 참화와 질병 등 비참한 재난에 고통받는 약자의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전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이라크 소년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의 인간됨됨이를 잘 알려준다. 2003년 초 선천성 장애를 앓고 있는 이라크 소년이 그의 지원활동 덕분에 일본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라크전쟁이 터지자 그는 소년의 병이 악화할 것이 걱정돼 직접 의약품 등을 갖고 이라크를 찾아가 소년의 가족에게 전달했다. 그와 소년과의 교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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