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쌍소 / 동문선"시간에 떠밀려 가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9월도 저물고 있다. “나는 내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바로 느림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거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끝물의 과일 위에서 있는 대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9월의 햇살을 몹시 사랑한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깊은 삶의 방식이다.”
프랑스의 철학자ㆍ에세이스트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세계적으로 슬로시티, 로하스 등 생태주의 움직임이 일었을 때 국내 번역소개돼 ‘느림의 철학’ 트렌드의 중심에 있던 책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남 완도 신안 장흥 담양 4개 군이 슬로시티국제연맹에 슬로시티 지정을 신청, 실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 느리게>
쌍소는 이 책에서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9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음미해 볼 만하다. 첫째 한가로이 거닐기, 발걸음이 닿는 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나를 맡기기. 둘째 듣기, 신뢰하는 이의 말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 셋째 권태,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을 오히려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껴 보면? 넷째 꿈꾸기, 우리 내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희미하면서도 예민한 의식을 때때로 일깨워 보자.
다섯째 기다리기, 자유롭고 무한히 넓은 미래의 지평선을 향해 마음을 열기. 여섯째 마음의 고향,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지금은 희미하게 퇴색되어 버린 부분, 시대에도 맞지 않는 지나간 낡은 시간의 한 부분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일곱째 글쓰기, 우리 안에서 조금씩 진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마음의 소리를 옮겨 본다.
여덟째 포도주,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 그 순수한 액체에 빠져 보기. 아홉째 모데라토 칸타빌레, 절제라기보다는 아끼는 태도, 그 방식을 따라 본다면?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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