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내달 14일부터 미국을 방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 후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날 경우 야당 대선후보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을 면담하게 된다. 이는 외교관례상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도 당내 경선 이전인 1월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등을 면담했지만 부시 대통령을 만나진 못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28일 "이 후보가 다음달 14일부터 17일 전후까지 미국을 방문한다"며 "15일이나 16일 중 부시 대통령을 공식 면담하는 일정도 확정됐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오늘(28일) 멜리사 버넷 백악관 의전실장이 공식 문서를 통해 두 사람의 만남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강영우 차관보와 미 공화당 유력 인사들이 백악관에 이 후보와의 면담을 건의하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측에서는 박대원 전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가 채널 역할을 담당했다.
이 후보측에선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박 대변인은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에 면담이 이뤄진다는 것은 미국측이 이 후보의 위상을 인정하는 동시에 차기 정부를 내다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이 후보를 중요한 인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예우를 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측은 특히 부시와의 면담이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을 높이면서 한ㆍ미관계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후보의 의지도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이번 방미와 부시 면담은 글로벌 외교 역량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이 후보가 본격적인 4강외교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아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후보측에선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내달 초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북핵문제 및 6자회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해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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