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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僧 정면충돌… '미얀마의 가을' 피로 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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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僧 정면충돌… '미얀마의 가을' 피로 물드나

입력
2007.09.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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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반정부 시위가 군사정부와 승려 집단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얀마를 떠받치는 양대 기둥이 맞부딪치는 형국이어서 자칫 대규모 유혈 사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얀마 군정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와중에서 가두 행진에 나서는 승려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 사용을 자제했으나 26일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본격적인 무력 진압에 나섰다.

26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승려 수명이 숨진 데 이어 27일에는 군인들이 사원 두 곳에 진입, 100여명의 승려들을 체포됐다. 승려들의 주도로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승려 집단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양측의 정면 충돌시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국민적 추앙을 받는 승려들과의 대립이란 점에서 군부 스스로 독배를 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얀마는 국민 80~90%가 불교도로 초기 불교의 모습을 간직한 남방불교의 대표적 나라다. 인구 5,600만명 중 승려만도 40만명에 달하고 수도원이 전국에 5만여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려가 아니더라도 남성은 성인이 되기 전 일정기간 승려생활을 의무적으로 하고 성인이 된 후 10~15일간 단기 출가를 수시로 한다. 단기 출가 경험이 취직과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사라진 탁발 공양이 지금도 이뤄진다. 매일 아침 승려들은 맨발로 발우를 들고 인근 동네를 돌며 음식을 보시받는 수행을 한다.

승려들이 이번 가두행진 과정에서 발우를 거꾸로 뒤집은 것은 군정의 보시를 거부한다는 것으로 ‘종교적 파문’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 사원은 특히 군사정부가 등한시하고 있는 사회보장정책의 틈도 메워왔다. 보육원, 병원, 학교 등의 역할을 하며 일상 생활 곳곳에서 국민들과 호흡해왔던 것이다.

승려의 위상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미얀마 군정도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 승려들에게 각종 혜택을 베풀고 사원을 건축해주는 등 유대관계를 맺는 데 힘을 쏟아왔다. 이번 시위 사태 중 군부 실세가 원로 스님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미얀마 불교의 최고 지도자들이 군정기간 군부에 대해 침묵을 지켜와 매수됐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정부 시위가 지금은 젊은 승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직 미얀마 불교계 전체가 나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승려 수명이 숨지고 사원이 침탈되는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들도 더 이상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처지가 되고 있다.

미얀마 불교는 대중 구제를 내세운 대승불교와 달리 개인 수행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정치 참여의 전통은 약한 편이지만, 영국 지배에 대한 항거 등 역사의 중요한 시기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다시 그 결정적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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