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ㆍ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발행ㆍ319쪽ㆍ1만2,000원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꼽히는 찰스 부코우스키(1920~1994ㆍ사진). 그가 미국사회의 갖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방랑한 20, 30대를 거쳐 전업 작가가 된 것은 49세 때인 1969년이다.
이전엔 시를 주로 썼던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떠돌이 잡역부 ‘헨리 치나스키’를 주인공으로 첫 장편소설 <우체국> (1971)에 이어 <팩토텀> (1975) <여자들> (1978) 등 자전적 소설을 잇달아 발표한다. 여자들> 팩토텀> 우체국>
‘부코우스키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부코우스키와 그가 창조한 치나스키는 반항기 가득했던 1970년대 세대의 문학적 아이콘이 됐다.
팩토텀(factotum)은 잡역부를 뜻하는 단어다. 치나스키는 행동거지가 ‘개차반’인 팩토텀이다.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0년대 중반, 대학을 중퇴하고 무위도식하던 그는 자신을 꾸짖는 아버지를 구타한 뒤 미국 중서부를 떠돈다.
소설 <팩토텀> 은 치나스키의 그 유랑기다. 하지만 그 유랑길은 소설의 일반적인 양식, 즉 성숙으로 향하는 도정과는 영 거리가 멀다. 팩토텀>
치나스키는 일용직을 얻어 머물 때마다 술과 여자에 탐닉한다. 근무시간에 아랑곳없이 술독에 빠져 여자에게 집적대는 그가 해고 통지를 받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면 이 소설의 외양은 “술, 여자, 잡일의 끝없는 변주와 반복”이다.
윤리 따위는 괘념치 않겠다는 자세, 상스럽고 더러 외설적인 표현에 곤혹스러운 독자도 적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 극단적 ‘안티 히어로’ 치나스키는 시대를 초월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는 온갖 모순적 면모가 혼재된 그의 캐릭터와 관계 깊다.
그는 섹스에 탐닉하면서도 “내게 고독이 없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나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55쪽)라며 글을 끄적인다. 돈으로 겉멋을 부리는 예술가를 경멸하면서도 “불행하게도 굶주림은 예술을 돕지 않았다.
인간의 영혼은 위장에 뿌리 내리고 있다”(91쪽)고 단언한다. 치나스키는 그런 와중에도 편한 직업만 찾는 속물이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숙녀들은 우라질 옷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88쪽)다며 분노하는 사회의식도 갖췄다.
인간이 애써 다스리고 있는 본능을 거리낌없이 발현하는 이 ‘미국인 조르바’에게 박수갈채하고픈 마음은 억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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