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일정을 고려한 정치권 눈치보기인가, 수사상 어려움 때문인가.'
검찰이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35)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다음주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10월 둘째 주로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정윤재(43) 전 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재청구할 방침이어서 "추가로 수사할 사항이 많아" 영장 청구를 연기했다는 검찰 해명과 달리 '남북정상회담을 배려한 수사일정 조정'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검찰은 추석 연휴 전까지 관련자 구속을 통해 사건을 일단락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신씨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차질이 빚어졌고, 다급해진 검찰은 2차 영장 청구 데드라인을 추석연휴 직후로 재설정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곡미술관 기업 후원금 횡령 여부에 대한 신씨와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진술이 엇갈리는 바람에 영장 청구가 다시 미뤄졌다.
특히 검찰 수뇌부로서는 눈앞에 닥친 남북정상회담이 큰 부담이 됐다. 비록 1차 때보다는 관심이 덜하다지만 남북 정상이 역사적 만남을 갖는 마당에 영장을 청구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꼴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뇌부는 영장 청구를 남북정상회담 뒤로 연기함으로써 난관에 부닥친 수사의 숨통을 틔우고 청와대 등 정치권의 '암묵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묘수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물론 영장 청구와 남북정상회담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전날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중 수사 과정에서 새 의혹들이 드러나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대검 관계자도 "법원에서 한차례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에 꼼꼼한 혐의 입증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이 내달 1일 정동기 대검 차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급 회의를 열어 영장문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법원 영장 기각은 수사 방해 수준"이라는 검찰 내 성토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소집되는 고검장급 회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검찰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고검장 회의는 1997년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대선후보 비자금 수사 불가를 결정할 때 열었던 것이 대표적일 정도로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 검찰이 법원의 영장 기각에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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