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재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전 재벌 회장 부인의 비밀금고 보유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신씨측에 후원금을 낸 기업 전체가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쌍용그룹이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신씨 명의의 은행 개인금고에 거액을 보관해둔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고의 용도 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금고 개설시기가 쌍용그룹에 대한 공적자금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4년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비자금 보관용 금고일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성곡미술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2004년부터 성곡미술관에 수천만~수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기업체는 산업은행, 대우건설, 포스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등 10개에 육박한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중 2,3곳의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으나 27일 '전수 조사'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자칫 변 전 실장과 기업체간 '주고받기' 정황 뿐 아니라 다른 비리 혐의가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일단 무차별적 수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도 해결하지 못한 검찰이 '곁가지'를 훑을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기업 수사의 특성도 부담거리다. 사실상 공중분해 상태인 쌍용그룹에 또 다시 칼을 꽂거나 다른 기업체들을 '압력에 맞서지 못한 죄'만으로 처벌할 경우 가혹하다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수사 대상을 철저하게 후원금 납부 과정에서의 변 전 실장 압력 여부, 반대급부성 특혜 여부에 한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씨 등의 구속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쌍용그룹의 경우에도 공적자금 투입 기업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변수가 될 수 있어 수사 확대 여부에 대한 속단은 쉽지 않은 상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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