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극 <보이첵> 의 연출가 임도완(47)씨가 신작을 선보인다. 내달 2~6일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2007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으로 공연하는 연극 <장님들> 은 동화극 <파랑새> 로 유명한 벨기에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파랑새> 장님들> 보이첵>
숲에 고립된 12명의 장님들이 자신들의 인도자로 믿는 신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느끼는 불안감을 상세히 묘사한 내용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죠.
이 시대의 삶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이웃과의 소통마저 사라진 아파트 생활만 봐도 우리가 어두컴컴한 숲에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그는 지난 여름 영국 에든버러에서 돌아온 이후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다음달엔 <장님들> 공연 뿐만 아니라 <보이첵> 의 폴란드 초청 공연도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11월에 공연되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도 연출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해야 했다. 벽을> 보이첵> 장님들>
그가 대표로 있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허름한 연습실은 그대로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신작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연출가가 항상 잘할 수 있겠어요(웃음). 부담 같은 건 없어요. 그리고 에든버러에서 칭찬을 들었던 <보이첵> 도 알고 보면 2000년 초연작인 걸요. 당시엔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어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보이첵>
그는 예술가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빨간코 아저씨’라는 별명의 마임 연기자로 MBC TV <뽀뽀뽀> 에 출연하며 롯데월드의 15분짜리 쇼를 연출했던 30대 초반은 금전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뽀뽀뽀>
하지만 그 때 용기를 내 프랑스 자크 르콕 국제 마임학교로 유학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다는 것이다. 소형 트럭을 몰며 아르바이트를 해 비싼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내야 했던 그는 30대 중반에 300만원의 빚과 동전 몇 개만으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그래도 “훌륭한 텍스트는 신체에 있기에 움직임이야말로 연기”라는 교훈을 얻게 된 이 때의 경험으로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한다.
“예술가라면 한정된 지역에서 활동하기보다 해외로 지평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그에게 한국은 너무 좁은 무대다. 언젠가 외국 프러덕션과 공동 작업을 하는 것, 그것이 연출가로서 그의 최종 목표다.
글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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